당내 계파갈등 재점화 속 ‘양산회동’

文 전 대통령 “포용·통합 행보가 갈등 치유 방향”

지난해 총선 앞 2월 만남서도 “하나된 힘” 강조

이재명 대표 “크게 공감한다…그런 행보 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지금 같이 극단적으로 정치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통합과 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이 대표와 약 90분 간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4개월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큰 정치적 변화가 나중에 생겼을 때에도 포용·통합 행보가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줄여나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크게 공감한다. 앞으로 그런 행보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같은 문 전 대통령의 조언은 최근 이른바 신삼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간의 대립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문(친문재인)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적었다. 김 전 지사는 또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라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의 발언에 친명계는 반발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를 향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조기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게 하는 데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양문석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그나마 국민이 기댈 곳이 민주당인데, 불쑥 당권싸움하듯이 당 대표를 저격하면서 평지풍파를 일으켜서 무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하나”라고 되물었다.

문 전 대통령은 1년 전인 지난해 2월 4일에도 자신을 예방한 이 대표에게 ‘통합 행보’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는 4·10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 대한 당내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만나 “우리는 하나이며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하나된 힘으로 온 ‘명문(明文)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식사 자리에선 “우리가 다 같이 하나 된 힘으로 왔는데 총선에 즈음해서 친문과 친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우리는 하나고 단합이 다시 한번 제일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 이후로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특히 당시 공천 뇌관으로 꼽혔던 임 전 실장이 지난해 2월 27일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비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 회동에서 이 대표가 굳게 약속한 명문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라며 “지금은 그저 참담할 뿐으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다.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나”라며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