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서 보기드문 핵심지 건물 등장
“한두 번 유찰은 자연스러운 상황”
금융권·개인 차입 투자건 상당수
경기 나빠지며 수익↓·금리부담↑
최근 경매 시장에선 흔히 볼 수 없었던 강남권 빌딩과 초고가 주택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경기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산가들이 쥐고 있던 핵심 지역의 부동산까지 경매 시장에 넘겨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서 보기 힘들던 강남 빌딩도 자주 나와=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용 821㎡ (약 248평) 근린상가가 한 차례 유찰 끝에 낙찰됐다. 입찰자는 한명 뿐이었고, 매각가는 초기감정가 253억원에서 20% 하락한 최저가 약 213억원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소장은 “강남권 꼬마 빌딩의 경우 전에는 경매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응찰자 수십명이 붙는 바람에 신권 낙찰이 당연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신권 낙찰은커녕 한두 번 유찰되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3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2차아파트 단지 내 ‘그랑프리엔’ 상가 지하 1층이 감정가 284억원에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도곡역 3번 출구와 연결되고, 총 3층에 건물 면적은 1103㎡(약 333평)에 달하며 입찰이 진행될 곳은 지하 1층 105호의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VIPS)’ 자리다.
강 소장은 “전에는 쉽게 볼 수 없던 물건들이 자주 나오기 시작한다. 경매 예정 물건까지 합치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매일까지는 아니어도 주 단위로 나온다. 예전 같으면 200억원대 대치동 상가는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했는데 요즘은 달에 한두 번 꼴로 보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이 ▷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단기간 가격 급등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 ▷임대 수익률이 떨어지는 삼중고로 인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강 소장은 “주로 지난해 경매 신청한 물건들이 올해 게시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나빴던 경기 탓에 임대료는 상승하고 수익률은 줄어들어 공실이 건물 전체가 통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이럴 때 대개의 강남 꼬마 빌딩 소유자들이 자기 돈으로 버티는 경우는 드물다. 강남 꼬마빌딩의 거품이 걷혀가는 것”이라고 했다.
▶‘토허제’도 아닌데 초고가 빌라도 경매행=100억원이 넘는 가격의 강남구 초고가 빌라가 경매에 나와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경매 물건은 토지거래허가제 적용도 받지 않은데 유찰이 반복되면서 경기 악화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 청담 101 전용 216㎡는 3일 최저입찰가 92억8030만원에 공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해당 매물은 1일 최저입찰가 103억원(건물부가세 3억원 포함)에 첫 공매가 진행됐고 유찰을 거듭하며 다음 공매는 이달 8일 83억 6160만원에 진행된다.
총 28세대의 해당 빌라는 건축물 대장상은 아파트에 속한다. 전용 217㎡와 252㎡로만 구성된 대형평형 위주의 고가 주거단지로 거래는 2022년 217㎡가 78억원에 손바뀜 된 단 한 건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최근 에테르노청담 등 주변 아파트들 호가가 100억원을 훌쩍 넘으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면서 “해당 매물 역시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면 10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갭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공매로 낙찰을 받았을때는 가능한 만큼 메리트도 있다”고 했다.
다만 신탁 공매의 성격상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해야하는 등 낙찰 후에도 권리관계가 말끔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건물 공매 입찰 공고는 ‘이해관계자들(유치권자, 임차권자 및 압류권자 등)에 대해서는 매수자 책임으로 정리하며, 임대차보증금 반환 등 그 권리와 의무 또한 매수자에게 포괄 승계된다. 매수자는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며, 매도인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던 고가 주택들이 이처럼 경·공매 시장에 속속 등장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경기침체의 불안한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이달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매물은 최저 입찰가 40억 8000만 원에 나와 주인이 바꼈다. 지난해에도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44㎡가 감정가(108억5000만원)에 경매에 나왔다가 104.8%인 113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강 소장은 “저가물건들의 전유물이던 경공매 시장이 최근 초고가 자산시장에도 옮겨 붙은 모양새”라면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주원 기자
jookapook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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