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예상

한국 일정 때 국내 조선사 방문 전망

일정상 조선소 1곳만 가능할 것으로

HD현대 울산, 군함 건조 역사 및 접근성 장점

한화오션 거제, 과거 인연 및 美투자 어필할 듯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벌써부터 ‘트럼프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재건을 주창, 한국 조선사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APEC차 방한시 국내 조선소 방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일정상 조선소 두곳을 모두 방문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최종 결정까지 양사의 대미(對美) 네트워크 및 대관 조직의 정보·전략을 중심을 치열한 물밑 레이스가 이뤄질 전망이다. 방문이 낙점된 조선소는 한국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곳으로 각인되고 미국 등 해외 시장에 효과적인 홍보 수단을 확보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의 실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 10월 열리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 참석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참석이 이뤄질 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방한이 이뤄지는 것이다. 외교부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른 시일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APEC 회원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부터 아직 최종 참석 의사를 전달받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은 높다. 외교, 통상 측면에서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가 다수 참석하기 때문이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올해 3월 세종연구소 포럼에서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꼭 (한국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한이 이뤄질 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조선사에 방문할 수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정기선(왼쪽 세번째)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왼쪽 두번째)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기선(왼쪽 세번째)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왼쪽 두번째)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미국은 글로벌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달리 선박 건조 능력이 후퇴해 해군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는 해군 경쟁력을 키우고, 자국 조선 산업을 살릴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같은 우방국인 일본도 조선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주요 인사들은 이미 HD현대·한화 조선소를 방문해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방한 기간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현장에서 필린 장관에게 군함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다만 정상회의 일정이 빡빡한 만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모두 방문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울산과 거제 간 거리가 가깝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2개 조선사 중 1곳만 방문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존 필린(오른쪽 첫번째) 미국 해군성 장관과 김동관(오른쪽 두번째)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존 필린(오른쪽 첫번째) 미국 해군성 장관과 김동관(오른쪽 두번째)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이에 HD현대, 한화는 서로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미국 정부와 바로 소통을 하는 건 어렵다”며 “대신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 자치단체에서 (한국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섭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HD현대와 한화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군함 건조 역사를 적극 앞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첫 전투함인 울산함을 시작으로 총 함정 106척을 제작했고, 이 중 18척은 해외에 수출했다. 또 ▷APEC이 열리는 경주와 울산 간 지리적 근접성 ▷HD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이 국내 제조업을 상징하는 도시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화오션 간 인연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8년 부동산 사업가 시절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거제 사업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방문은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자와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대우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건설에 참여한 바 있다.

미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점도 어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의 일환으로 지난해 1억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인수 이후 설비 최적화 작업, 인력 채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미 군함 MRO(유지·보수·정비)를 수행한 경험도 섭외 과정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