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 움직임에 대비
투자 파이프라인 확보 중요성 커져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관련 공약에 대해 사모펀드(PEF)의 셈법이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적격성 심사 강화 혹은 차입매수 제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인공지능(AI) 투자 파이프라인 확보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정치권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EF 및 투자조합 투자자(LP) 적격성 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신뢰도 높은 투자자를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여러 입법·정책 과제를 제시한 상태다. 여당도 이에 발맞춰 차입인수(LBO) 제한 등 자본시장법 개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다. 고려아연 분쟁·홈플러스 회생 신청 등으로 인해 ‘미운 털’이 박힌 PEF의 투자활동을 세밀하게 검증하고 제한하겠다는 시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그간의 잡음은 MBK파트너스 등 개별 운용사(GP)의 일탈로 치부하면서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달라질 분위기를 조심스레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차입규제의 대상이 펀드가 될지 혹은 특수목적법인(SPC)나 투자대상기업 등 차주를 다양하게 볼지에 따라 운용사가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서 투자활동하는 외국계 펀드 등 제재 사각지대에 신경을 쓸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정작 글로벌 대형 펀드는 규제에서 자유롭고 토종 운용사만 여러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역차별 논란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외에 일각에서는 PEF에 비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지면 운용사들이 이른바 ‘AI 슈퍼사이클’에 올라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자칫 투자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단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초기기업 투자·육성하는 벤처캐피탈(VC)과는 달리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모펀드는 사업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곳이 주요 투자처다. 업계는 현금창출력을 반영한 멀티플 산출해 기업가치 책정하는데, 예측 일관성이 있는 제조업에 투자 포트폴리오 집중된 사모펀드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AI 관련 기업의 경우 향후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영권 확보 및 기업가치 제고를 투자전략으로 펴는 바이아웃(buybout) 펀드의 주요 무대는 아니었다. PEF의 AI 밸류체인 기업 투자사례는 아직 많이 축적된 상황은 아닌데 ▷2022년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한 서빙로봇 제조사 베어로보틱스 ▷2021년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한 두산로보틱스 정도가 꼽힌다. 이마저도 AI 색채가 짙다기보다는 로봇 카테고리로 엮인다.
AI 산업군 특색을 감안해 투자유치 혹은 경영권 거래가 아닌 기술전략 제휴, 양해각서(MOU) 체결 등 ‘기업 간 파트너십 강화’ 움직임 기조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기업 교류가 늘어나는 반면 사모펀드 주도의 인수·합병(M&A)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사모펀드 업계에 실제로 영향을 줄 지는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시장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함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