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절박한 과제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회담 결과가 나쁘지 않아야 통상·외교·안보 분야에서 부담을 덜고 국정 운영에 집중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관세협상 타결로 한 고비를 넘었다지만 세부 협상을 벌여야 하고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역할 재정의 등 안보 부문 난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모두가 천문학적 투자를 내포하고 있어 정부 홀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19일 4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들을 비롯한 경제계 대표들과 만나 협조를 당부한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원팀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원팀이 되려면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정부와 기업은 분명 한 팀이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의 간판 기업들이 든든한 우군이었고 특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카드는 관세협상의 돌파구를 연 결정적 한방이었다. 그런데 관세전쟁에 온 몸을 바친 기업인이 마주한 현실은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2차개정안) 등 기업의 경영을 옥죄는 규제법안들이다.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온 기업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사기를 꺾어 다시 전장에 나설 힘을 빼앗는 격이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한미 양국은 상호 관세율을 15%로 정하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간접 투자)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직접 투자(공장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도 요구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이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와 별개로, 기업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관세장벽을 넘기 위한 기업의 미국 공장 건설 결정마저 노조가 파업을 벌일 이유가 될 수 있다. 쟁의 대상을 경양상 판단으로 확대하고 있어서다. 조선업은 하청 근로자가 유독 많은데 원청 교섭권을 갖게 되면 파업 상시화로 관세 협상의 핵심인 마스가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재계는 물론 외국기업도, 진보 성향 학회도 우려를 표명하고 시행 1년 유보 등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 센 상법은 행동주의펀드의 이사회 진입을 대폭 늘려 기업들의 신속한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24일, 2차 상법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원팀의 한축인 기업의 힘을 빼는 자충수를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