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뜨겁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에어컨은 선뜻 샀는데, 전기료가 부담스러워서 쓰지도 못한다고들 아우성이다.

실제 올해 가전 업계에서 에어컨은 말 그대로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뜨거운 아이템이다. 공장을 24시간 풀로 가동해도 대기 수요를 아직도 못 맞출 정도다. 이제 에어컨은 TV, 냉장고, 세탁기와 함께 필수 가전이 됐다.

문제는 전기료다. 폭염과 함께 늘어난 전기료에 대한 불평은 에어컨에 집중된 모습이다. 항시 가동하는 냉장고, 매일 쓰는 TV나 컴퓨터, 모니터가 연간으로 따지면 전기는 더 잡아먹지만, 1년에 길어야 2달 사용하는 에어컨이 ‘누진제 논란’의 핵심이 됐다.

전체 에너지 사용 패턴보다는 당장 늘어난 요금에 주범으로 딱 보이는 에어컨을 소재로 삼는게 정치적 선전 선동에도 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시적 누진제 완화라는 성과를 거둔 정치인들의 해결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번 미봉책만 내놓는 정부 여당은 물론, 불과 3년 전 정부가 누진제 완화를 검토하자 “부자 감세”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던 야당의 논의도 모두 8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올 9월 폭탄만 피하고 보자는 태도다.

심지어 이 와중에 도매 성격이 강한 산업용 단위 전기료와 소매 상품인 가정용 전기료를 동등 비교하며 ‘재벌 특혜론’을 꺼내거나, 전체 정부 예산의 14%에 육박하지만 밥값과 인건비 비중이 유달리 높은 교육 예산의 쏠림 현상을, 방학 제외하고 길어야 1달에 불과한 교실 에어컨 전기료 폭탄 논란으로 돌리려는 ‘이상한 시도’도 눈에 띈다.

정치인들은 우리 국민의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 절반 정도라며 ‘누진제 폐지’를 외칠 뿐이다. 하지만 난방 및 취사원으로도 전기를 쓰는 외국과 달리 가스와 석유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만의 특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에너지 사용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 대다수 가정에서는 여름철 늘어난 전기료 만큼 가스요금은 뚝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소득 수준이 늘고, 또 이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한 바뀐 생활 패턴과, 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금의 인하 가운데 이성적이고 냉철한 균형점을 잡아야 한다.

친환경을 말하면서도, 자연을 태워 만드는 전기 사용을 국가가 나서 장려하는게 맞는지, 지금은 누진제 폐지를 외치지만, 다른 곳에서는 송전선 철탑 공사 현장 아래서 시위에 나서는 정치인들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전기료 누진제’를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생색내기와 헐뜯기는 다음 선거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자칭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들이 진짜 나라를 사랑한다면, 표에 이득될 것 처럼 보이는 근시안적인 ‘누진제 논란’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 에너지원의 효율적 사용과 합리적 가격 정책까지 아우르는 혜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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