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기획재정부가 사라지고 기존 역할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할된다. 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가 되고, 기재부가 맡던 예산 기능을 총괄한다. 재경부는 기재부의 경제·조세·국고·국제금융 정책을 넘겨 받고, 금융위원회에서 하던 국내금융정책 기능까지 갖게 된다. 재경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고 장관급인 예산처 수장은 국무위원으로 보임된다. 기재부가 함께 해오던 예산 편성과 경제정책 기능을 두 부처로 쪼개는 것이 경제부처 개편의 핵심이다. 아울러 총리실은 예산처와 함께 통계청(현 기재부 산하)이 승격하는 국가데이터처와 특허청(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이 격상되는 지식재산처까지 밑에 두게 돼 권한이 막강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예산처를 신설하고 총리실 산하로 둔 것은 정권 차원의 정책 집행에 있어 재정 동원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이었던 2020년 자신의 역점 사업이었던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에 반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는 골자의 비판을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는 재난지원금과 주택 정책 등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수차례 빚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기재부가 경제 기획에 더해 재정도 컨트롤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며 줄곧 예산·정책 기능의 분리를 주장해왔다.
새로 출범하는 예산처는 2027년도 정부 예산안부터 편성하게 되고, 각종 정부 기금 운용계획, 재정건전성,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기능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중점 사업에 대한 추진력과 부처간 정책조정력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총리실 산하로 편입되면서 예산 편성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지고, 전문관료들의 견제와 보완 기능은 약화될 여지가 있다. 정권의 입맛과 선거표심을 위해 재정이 휘둘리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8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올해 926조5000억원(추가경정예산 기준)에 달하고, 이후 매년 110조원 정도씩 늘어나 2029년엔 1362조5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확장재정 기조를 명확히 한 가운데 고령화에 따른 대규모 복지지출까지 더해지면서 나라빚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총리실 권한 강화와 예산처의 신설이 재정건전성 왜곡으로 결과하지 않도록 각별한 제도·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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