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노란봉투법 등 규제 일변도…경영 불확실성 커져
대통령 “기업·노동 양 날개” 강조했지만 현장은 혼란
전문가 “노동 편향 조정 없인 성장동력 약화 불가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산업재해 근절과 노동 정책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는 이런 기조에 맞춰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부처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임금 체불 해소, 노조법(노란봉투법) 개정 등 굵직한 과제도 밀어붙였다. 하지만 규제와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 부담과 청년·제조업 일자리 감소 우려가 동시에 커지면서 기업 현장과의 균형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이달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용노동부의 공식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약칭을 바꾼 것으로 볼 수오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를 정책 기조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취임 직후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살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됐다”며 산재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포스코이앤씨 연이은 사망사고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언급했고, SPC 제빵공장 사고 현장도 직접 찾아 경영진을 질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산재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을 0.39명에서 0.29명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28명으로, 여전히 OECD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정부는 산업안전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내년까지 근로감독관을 13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핵심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와 손해배상 청구 범위 제한이다. 노동계는 이를 숙원 과제로 환영하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 제재, 안전 경영 공시 강화 등 제재 방안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처벌 중심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실효성 문제를 지적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설비 교체와 인력 확충에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제재만 앞세우면 투자 여력만 줄어든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총은 “원청 책임이 무제한 확대되면 협력업체와의 계약 구조가 흔들리고, 예측 불가능성이 커져 신규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에 대해서도 “노조가 불법 점거·파업을 해도 기업이 사실상 대응 수단을 잃는다”며 노사관계 불균형을 우려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제 경쟁에서 밀린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와 노무 리스크까지 떠안으라는 것은 자해적 조치”라는 평가도 나왔다.
야당도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면서 경영을 옥죄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해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은 외면한 채 노동만 강조하는 정부 기조가 지속되면 청년·제조업 일자리 부진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8월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20만 명 이상 감소하며 16개월째 줄었고, 제조업 일자리도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 대통령은 “새는 양 날개로 난다. 기업과 노동 둘 다 중요하다”며 균형을 강조하고, 매달 기업인 간담회를 열어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규제 개혁과 경제형벌 합리화 등 메시지도 내놓았지만, 재계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상의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기업 걱정이 크다”며 “배임죄, 경영판단 원칙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노동 편향 기조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지금은 노사가 협력해 상생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현재 정책은 노동 쪽에 치우쳐 있다”며 “기업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성장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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