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10대 첨단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100조원에서 50조원을 증액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민성장펀드는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위험도가 높은 산업에 국가가 전략적 자금을 집중함으로써 성장 토양과 동력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다만 역대 정부의 반복된 실패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150조원 중 75조원은 연기금과 금융회사, 국민 참여 자금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75조원은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조성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으로 운용한다. 정부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의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해 참여를 유도하고, 장기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이나 단순 이자 수익으로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모험적·혁신적 투자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시중 자금이 실제 생산적·혁신적 영역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자금을 집중하는 것은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국가 경쟁이 치열한 AI와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은 민간만으로는 충분한 속도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달성하기 어렵다. 경쟁국들이 정부가 나서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이유다.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중국은 물론 AI반도체로 수출에서 우리를 추월하고 있는 대만만해도 2년전부터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국민펀드가 성공하려면 과거 ‘관제펀드’의 실패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펀드’ 등 대부분이 초기에는 정부의 홍보로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률이 저조해 자금이 이탈하고, 결국 정권 교체와 함께 흐지부지됐다. 특히 뉴딜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이 10~14%대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1.6%)을 한참 밑돈다. 정치적 목적과 단기 성과 중심 운용으로 전문성과 책임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성상 일정부분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가 큰 틀의 방향성은 제시하되 민간의 전문성과 시장 원리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 투자 대상도 지나치게 분산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밝힌 대상을 보면 당초 AI·반도체·바이오뿐 아니라 로봇, 수소, 2차전지, 디스플레이, 미래차, 방산 등 광범위하다.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 없지만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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