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 대형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WP)는 “크리에이터 시장이 기존 뉴스·사설 부문에 더해 점점 중요해지고 있음을 인식했다”면서 개인 창작자 중심의 콘텐츠 부서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신설을 전격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부서를 통해 맞춤형 콘텐츠 제작과 AI(인공지능) 활용 유통망 구축을 통한 혁신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는 창작자 경제와 콘텐츠 개인화, 배급 체계 자동화 흐름을 전통 매체가 수용해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에 적응한 상징적 사례로 주목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무선망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장이 전환되면서 미국의 방송통신 공급 체계는 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대형 스튜디오 전용 오디오·영상 장비나 안테나·케이블 시스템 등 전통 방송장비 수요는 줄고, 대신 개인 창작자용 장비와 전자 상거래 연계 및 AI 기반 플랫폼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4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5 국제 방송장비 전시회’(NAB Show)에서는 개인 창작자와 인플루언서 전용 전시·교류 공간 ‘크리에이터 랩’이 전년 대비 확장됐고, 전시장에서는 ▷대량 콘텐츠 유통 소프트웨어 ▷멀티플랫폼 배포 기술 ▷데이터 기반 맞춤형 스토리텔링 전략 등 무선 통신망 확장 및 자동화 관련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례로 AI과 기계학습을 활용한 실시간 통·번역 및 자막 제작 기술이 뉴스·스포츠 중계 등 생방송 업계에서 소비층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최대 방송사 중 하나인 싱클레어(Sinclair)는 2월부터 뉴욕 기반 AI 스타트업 딥튠(Deeptune)의 실시간 번역 기술을 자사 뉴스 채널에 적용, 일부 시범 지역을 대상으로 영어 생방송을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송출하기 시작했다.
스크립스(Scripps) 등 공영 방송사들도 유사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통번역 및 다국어 콘텐츠 생산 자동화에 나섰다. 마케팅 시장 역시 AI 기반 가상인물(버추얼 인플루언서)을 적극 도입하며 창작자 수익화 지반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 기업이 파고들 기회는 무엇일까. 결국 고품질 통신망 및 자동화 기술 경쟁력을 활용한 콘텐츠 유통·관리 부문 공급망 진입에 달렸다.
미디어 제작자에게 다양한 언어권 시청자 확보 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지금, 자동 음성인식이나 자연어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해 다국어 배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개인 제작자 급증에 따라 콘텐츠 생산량이 범람하며 수요가 늘어난 미디어 자산 저장·관리 기술 역시 기회가 될 수 있다. 화질개선 및 최적화 솔루션, 클라우드 기반 미디어 전송 및 보관 플랫폼 등이 그 예다.
핵심은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창작자와 배급 체계를 아우르는 종합적 공급 모델로의 전환이다. 개인용 방송장비 패키지나 저지연 스트리밍 시스템 등 창작자 경제를 겨냥한 맞춤형 제안, 현지 방송사 및 유통 플랫폼과의 기술개발 협업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K-콘텐츠 열풍을 일시적 성과가 아닌 지속적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미국 방송통신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할 때다.
최예은 코트라 LA무역관 스페셜리스트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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