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로 내려앉고, 대만은 38위에서 35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이 나왔다. 20여년 만에 한국이 대만에 다시 추월당하는 셈이다. 내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져 대만이 31위, 한국은 38위로 예상됐다. 한국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는 사이 대만은 성장속도를 높이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IMF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6239달러에서 올해 3만5962달러로 감소해 세 계단이나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38위, 2028년 40위, 2029년 41위로 순위가 계속 내려갈 전망이다. 반면 대만은 올해 3만7827달러로 11.1% 증가해 한국을 추월하고, 내년에는 4만1586달러로 31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대만의 1인당 GDP는 5만252달러로, 한국(4만4262달러)을 크게 앞지를 전망이다. 해외 투자은행 8곳의 올해 대만 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5.3%로, 첨단 제조업과 반도체 중심 성장세가 이를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대만의 급성장은 지난 10년간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결과다. 정부는 통제보다 지원에 집중했고, 반도체·AI(인공지능)·통신장비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며 민간의 혁신의지를 북돋았다. 연구·개발(R&D) 세제 지원과 인재 양성, 일관된 산업정책이 결실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안이한 대처로 산업생태계 혁신이 뒤처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다시 성장궤도에 들어서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한국이 그동안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고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적 혁신을 이뤄낸 결과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한목소리로 평가한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답은 혁신이다. 경제규모가 15배 이상 큰 미국이 2030년까지 4%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빅테크기업들이 AI 기술혁신을 주도하며 숱한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반도체와 AI 등 신성장 산업육성과 규제개혁을 강조하지만 실제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두 차례에 걸친 규제개혁토론회에서 규제의 네거티브 전환을 강조하고, 이달 초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만난 자리에선 AI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해 40년 된 금산분리 일부 완화 검토 등 적극적 행정을 지시했다. 관건은 이런 조치를 얼마나 신속히 추진하느냐다. 혁신 추진속도가 느려선 격차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빨리빨리’ DNA를 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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