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로부터 금품 수수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사의를 표했다.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전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면서도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수사에)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앞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쪽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유력 정치인도 지원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지난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도 말했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2018∼2020년 전 장관(당시 의원)에 교단 현안인 ‘한·일 해저터널’ 관련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과 명품 시계를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기 특검팀은 윤씨의 법정 증언으로 여권 정치인에 대한 통일교 로비 의혹 논란이 확산하고, ‘선택적 수사’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관련 사건을 이첩했다. 국수본은 10일 특검으로부터 넘겨받은 ‘통일교 민주당 지원’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는 공판에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했고, 이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전 장관을 포함한 금품 수수 의혹 명단과 접촉 대상, 통일교 행사 참석자 등 여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윤씨 말이 사실이라면, 특정 종교 단체가 교단 이해를 위해 정치권 전반을 대상으로 수년간 금품을 동원한 전방위적 불법 로비를 펼쳤다는 얘기다. 또 정권 교체에 따라 집권 세력을 집중적으로 불법 지원해왔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통일교 불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야 관계 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지난 2일과 9일 국무회의에선 정치에 불법 개입하는 종교단체에 대해선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도 했다.

정교유착은 헌법에서 금하는 국기문란 행위이지만 특정 종교단체가 자금과 신도를 동원해 정당이나 공직자 선거에 개입해온 정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만큼은 ‘발본색원’ 수준의 수사로 정교 유착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이 대통령 말대로 여야 막론한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도 중요하다. 특검은 여권의 통일교 의혹 증언을 확보하고도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개월째 뭉개다 경찰에 인계했다. 이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7년)이냐 뇌물 수수(15년)냐에 따라 공소시효 우려까지 나온다. 진상규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