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뉴스가 쏟아진다. 대한민국을 이제 마약 청정국으로 부르는 이는 없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마약은 으레 등장하는 식상한 단골 소재에 불과하다. 흔히 접하는 마약 보도는 몇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인지, 시가로 환산한 금액이 얼마인지, 얼마나 교묘하게 반입하고 있는지 등으로 채워진다. 워낙 마약 뉴스가 많다 보니 보다 자극적인 숫자와 스토리에 대중의 시선이 쏠린다. 이렇게 뉴스가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와중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대목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마약을 던지는 배달책, 즉 드라퍼들의 실상이었다. 본지가 지난 한달 간 집중적으로 보도한 마약 드라퍼들의 적나라한 현실은 충격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던지기’는 이제는 공공연한 마약의 소매 유통 방식이다. 판매자(상선)의 지시를 받아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에 마약을 숨기고 이 위치(좌표)를 전달 받은 구매자가 숨겨둔 물건을 찾아간다. 마약 생태계의 최하단에 위치하는 드라퍼 들은, 마약 범죄 생태계서 상선의 한낱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본지가 확인한 드라퍼들의 실상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청년 현실을 대변하는 듯 하다. 경찰이 지난해 검거해 입건한 마약 드라퍼 86명의 인구통계학적 배경을 분석할 결과, 평균 연령이 겨우 28세에 불과했다. 48.8%(42명)가 20대였다. 심지어 10대도 8명이나 됐다.
자영업이 망해서, 고수익 알바의 유혹에, 도박 빚을 갚으려고, 중독된 마약 약값을 구하려고.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고액 알바의 유혹에 빠져 드라퍼의 길을 걷고 있었다. 절대 잡히지 않겠다고, 폐쇄회로(CC)TV를 피하고, 은밀히 텔레그램을 쓰며 상선이 전해준 ‘행동수칙’을 신중히 따른다. 하지만 마약수사관은 “아무리 신중하게 움직여도 몇 달을 붙잡히지 않고 활동하긴 불가능에 가깝다”고 귀띔했다. 오래 해봐야 1년, 주로 활동한 지 1~2개월 안에 잡힌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10~11월의 마약 사건 판결문에 나타난 드라퍼들의 평균 범행 기간은 불과 33.3일. 그런데 1심 평균 형량은 징역 3년 6개월이었다. 무거운 형량과 검거 확률을 생각하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알바다. 이들은 적당한 돈으로 철저히 ‘이용하고 버려지는’ 존재다.
중범죄인지 뻔히 알며 드라퍼가 된 이들을 동정하거나 옹호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점점 어려지는 마약 사범, 그리고 범죄의 도구로 얄팍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이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창 인생의 꿈을 키워가야 할 시기에 이들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전과자의 낙인을 지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보도를 이어가며 여러 사회적 과제들을 인지할 수 있었다. 휴대폰만 다룰 줄 안다면 단순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약 판매글, 단속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치료와 재활 시스템, 형식적인 예방 교육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다. 그럼에도 부모님이 강제로 입원시킨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마치고 단약을 자신하는 한 청년의 의지, 마약서 회복된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더 만들겠다는 한 의료인의 헌신은 분명 큰 위안이 됐다.
이번 보도가 혹시 모를 또 다른 미래의 드라퍼를 막아낼 수 있는 경고 신호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마약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재활인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정순식 사회부장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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