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혁 의원 금지법안 추진중 여의도 증권가는 ‘갑론을박’ “공매도 부추겨 주가 하방압력” 개인 등 손실 이유로 법안 찬성 “주가하락 유발하는 증거 없다” 시장형평성 문제 들며 제한 반대

“500조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수익 200억 올리려 주식을 대여하나 vs. 수익률이 아니라 시장 형평성ㆍ선진화의 문제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금지를 놓고 여의도 증권가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여하는 바람에 이것이 공매도로 쓰여, 개인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으니 이를 막아야한다는 주장과 다른 국내 기관투자자엔 허용하면서 국민연금만 금지한다면 이는 시장형평성에도 어긋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하라”= 논란에 불을 당긴건 국회다. 최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법 일부를 수정해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실 측은 “공동발의 협조요청을 지난 24일 시작했으며, 필요한 인원 수를 채우면 발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연금법 102조 2항 3호에 명시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증권의 매매 및 대여”에서 ‘대여’를 떼고 매매만 가능하게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민연금은 개미들에겐 ‘공매도 원흉’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숏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 주식을 대여하고 상당부분이 공매도로 사용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핵심은 공매도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여부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증가하거나 공매도 체결수량이 많은 기업들은 주가 하락 압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기관들의 공매도를 부추기며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방압력을 받고,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본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공단이 권미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제약ㆍ바이오종목 주식 대여 규모는 2013~2016년(6월) 118만5806주, 약 629억원 규모다. 여기서 국민연금은 6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권 의원은 “국민연금은 공공성의 원칙에 맞춰 투자돼야 하고, 개인투자자와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형태의 투자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사례는 어떨까. 해외 연기금 가운데선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연기금(CalPERS),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 캐나다연기금(CPPIB) 등은 대여거래를 허가하고 있지만, 세계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기금 GPIF나 네덜란드 연기금인 ABP 등은 주식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시장형평성ㆍ선진화정책 어긋나”=국민연금 주식대여를 금지해선 안된다는 쪽에서는 수익률의 문제가 아닌 한국 금융시장 선진화의 문제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2015년 기준 연기금의 주식대여는 6979억원으로, 이를 바탕으로 190억의 수수료 수익을 냈다. 수익률은 2.72%로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은 수준이다.

국내최대 주식 보유기관인 국민연금이 주식대여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여시장이 다시 외국인투자자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1년말 외국인 대여비율은 84.54%였으나 2015년말 기준 75.12%까지 낮아졌다. 국민연금이 주식대여에 나서면서 외국인 대여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국민연금의 대여 제한이 가져올 또 하나의 풍선효과는 한국형 헤지펀드 성장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이다. 2011년 1490억원 규모로 출범한 한국헤지펀드시장은 2014년 현재 2조4000억원까지 성장했다.

롱숏전략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주식대여는 필수적인데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제한한다면 더 비싼돈을 주고라도 외국인투자자에게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경우 선진국지수 편입 평가항목중에 공매도와 주식대여가 공시돼 있다. 시장 성숙도를 측정하는 항목 중 하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대여를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건 단순히 특정기관 대여제한에 그치지 않는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국내 대차시장의 불안요소로 인식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업틱룰’이 적용되는 현행 공매도로는 주가를 끌어내리기 어려운 구조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 보고서에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주식공매도는 정보거래자의 매매행위로, 부정적 정보를 가격에 반영시켜 가격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적시했다.

앞서 2015년 비슷한 개정안을 발의한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형평성에 어긋나고, 공매도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일반적 매매방법으로 이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한빛ㆍ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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