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리하고 있는 의뢰인(피고)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었고, 소장을 살펴보니 상대방(원고)은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소장을 검토해 본 결과, 의뢰인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 명백해 보였다. 이에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 등을 두지 아니한 때, 또는 소장 등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변호사비용 등의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하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제117조 규정에 따라, 의뢰인은 법원에 상대방에 대하여 소송비용 담보제공신청을 하였으나 역시 기각되었다. 현재 법원은 위 규정 중 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 등을 두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상대방의 의뢰인에 대한 청구는 1, 2심에서 모두 기각되었다. 해당 소송이 확정되어 의뢰인은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1심 및 2심의 각 변호사비용을 소송비용확정신청을 통해 결정받았다. 그러나 의뢰인이 상대방에게 해당 비용을 청구하였을 때, 상대방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고, 결국 위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명백히 이유 없는 소송을 당하여 변호사 선임비용까지 지출하며 대응하였음에도, 승소 이후에도 그 비용을 전혀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송이 종료된 뒤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소송비용확정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패소한 상대방이 무자력한 경우 그 결정은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이 된다. 반면 소송 초기에 소송비용담보가 제공되어 있다면, 소송 종료 후 담보대금에 대한 집행을 통해 비용 회수가 가능하므로 소송비용담보제도(Security for Costs)는 분명한 실효성을 가진 제도라 할 것이다.
필자는 영국 법정 변호사(barrister) 사무실에서 소송비용담보제도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원고가 영국 외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원고가 법인으로서 패소 시 비용을 지불할 재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또는 자산 은닉 시도 등 불성실한 소송 태도를 보이는 경우 등의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피고는 소송 초기뿐만 아니라 소송 진행 중에도 법원에 담보제공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담보명령을 내리는 것이 공정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명한다.
항소심에서도 1심에서 전부 승소한 당사자의 상대방이 항소할 경우, 법원은 항소심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변호사비용 포함)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도록 항소인에게 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1심에서 청구액의 일부만 인정된 사건에서는, 항소심 법원이 사건의 쟁점과 향후 승소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인이 패소할 경우 부담하게 될 예상 비용을 기준으로 담보액을 산정한다.
이러한 제도에 따르면, 소송이나 상소를 당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지출할 소송비용을 미리 담보받을 수 있어 비용 미회수의 위험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 반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상소를 제기하는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 선행되므로, 이른바 묻지마 소송 내지 상소는 자연스럽게 억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부당하게 소송이나 상소를 당한 당사자는 종국적으로 정당한 비용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상소심 단계에서 소송비용담보제도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정당한 재판청구권(상소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도입과 운영에는 신중함이 필요하겠지만, 동시에 1심이 충실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사법제도적 보완과 병행된다면, 불합리한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위와 같은 형태의 소송비용담보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yklee@heraldcorp.com
![“요즘 투자할 게 없는데”…서학개미는 ○○○을 샀다[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6/news-p.v1.20260916.b095bf3b2f0b4a83a9af0d90e8fb0cbe_T1.png?type=h&h=240)

![아버지의 교육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5/news-p.v1.20260915.f95fd6979c5f4159aff93bd9b2abc5ce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