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기업 5곳중 1곳, 최고경영진 경호”
총보다 먼저 날아오는 건 DM·협박 댓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개인 경호 비용이 연간 1000만달러(약 145억5000만원)를 넘어섰다. 총격 사건보다 먼저 CEO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총이 아니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메시지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온라인 협박과 정치적 분노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의 신변 위협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기업들은 최고경영진 경호를 더 이상 ‘과도한 복지’나 ‘사치성 비용’이 아닌 필수적인 경영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S&P500 기업 가운데 최고경영진에게 개인 보안·경호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 비율이 2020년 12%에서 2024년 22.5%로 거의 두 배 늘었다”고 전했다. 5곳 중 1곳 이상이 CEO 경호를 ‘복지’가 아닌 ‘필수 비용’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실제 사건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새벽 총격으로 숨진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 사건은 기업 사회에 강한 충격을 줬다. 회사는 이듬해 주주총회 자료에서 “증가하는 위협”을 이유로 경영진 보안에 약 170만달러를 썼다고 공개했다.
경호비 증가세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메타는 마크 저커버그 CEO 개인 보안에 1040만달러를 썼고, 2024 회계연도에는 가족 보호 명목으로 1400만달러를 추가 편성했다. 아마존은 앤디 재시 CEO 경호에 110만달러를,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는 160만달러를 썼다.
월마트도 올해 처음으로 CEO 개인 안전을 위해 외부 보안 평가에 비용을 썼다고 공개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말부터 CEO의 모든 출장과 개인 이동에 무장 운전기사와 방탄 차량을 의무화했다.
FT가 인용한 리서치업체 ISS-Corporate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임원 보안 지출 중간값은 약 7만6000달러지만, 상위 10% 기업은 160만달러에 달한다. ‘유명하고, 논쟁적이고, 정치·사회 이슈에 자주 노출되는’ 기업일수록 경호비 지출이 급격히 커진다.
기업 보안 전문가들은 위협의 출발점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말한다. 물리적 접근보다 먼저 오는 것은 SNS 메시지, 이메일, 온라인 협박이다. 기업 보안 자문사 CEO 제러미 바우만은 FT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박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양극화도 불안 요인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정치 인사 암살 시도, 고위 임원 피살 사건, 대형 사무실 총격 등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두 차례 암살 시도 역시 기업 사회 전반에 경계심을 확산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경호 강화가 단순한 ‘사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FT는 “CEO 경호는 이제 기업 리스크 관리의 일부”라고 짚었다. 기업 이미지, 주가, 전략 결정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위협받는 순간,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보드의 아리안 마르키스-모렌 연구원은 “더 눈에 띄고, 더 많은 책임을 지는 CEO일수록 보안에 더 많은 비용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통신 기업처럼 정치·지정학·사이버 이슈에 자주 노출되는 업종이 대표적이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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