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청문회서 인플레 책임론 제기

차기 연준 의장 인준 앞두고 독립성 논란 재점화

파월 수사·워시 지명 맞물리며 정치적 긴장 고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공개 석상에서 연방준비제도를 향해 “미국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직격했다. 차기 연준 의장 인준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나온 발언으로,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시간)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연준 독립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난 49년 동안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노동자들을 황폐화하도록 방치하면서 연준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은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연준의 독립성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제하면서도, 물가 급등에 대한 대응과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논란 등으로 현 지도부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기소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고, 파월 의장은 이를 “연준을 압박하기 위한 구실”이라며 반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나는 변호사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권리는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연준 이사를 해임했고, 해당 이사는 법적 대응에 나서 현재 사건이 연방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연준 수장 인선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의 상원 인준 절차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의원이 절차 개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틸리스 의원은 워시 지명자의 전문성은 인정하면서도, 파월 의장을 둘러싼 법무부 수사 문제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인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관세와 물가의 관계를 둘러싼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입장을 수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이전인 2024년 1월, 자신과 자신이 운영하는 헤지펀드가 파트너들에게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언급했던 데 대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미국은 항상 강달러 정책을 지지한다”며 외환시장 개입설을 부인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날 발언을 두고 현지에서는 연준의 정책 판단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의 독립성과 신뢰 회복, 그리고 차기 의장 인준을 둘러싼 논쟁이 맞물리면서 워싱턴 정가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