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북한 함경도 태생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창업주(임철순, 1997년 작고)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남 거제도에 피난내려와 살다가 1956년 대전역 앞에서 노천 찐빵집을 열었습니다.

바로 성심당의 시작입니다.

이후 한국의 대표 빵집으로 성장한 성심당은 수십 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빵을 기부해 왔습니다. 성심당(聖心堂)은 ‘거룩한 사랑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의미가 반영된 이름입니다.

지금도 매일 팔고 남은 빵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나눠주기 위해 더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실천하다 보니 ‘신선한 빵만 파는 집’으로 인식되는 가장 큰 경쟁력을 얻었습니다.

대전 빵지순례 성지 ‘성심당’  [헤럴드경제DB]
대전 빵지순례 성지 ‘성심당’ [헤럴드경제DB]

[헤럴드랩] “이제는 노잼 도시 아닙니다.”

대전에 가면 ‘이곳’만큼은 꼭 들러야 한다는 공식이 생겼습니다. 여행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줄을 서는 빵집, ‘성심당’입니다.

단순한 유명 맛집을 넘어 이제는 대전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 잡았는데요. 오직 이곳의 빵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여행객이 모여들고, 대전역에는 성심당 쇼핑백을 든 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진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평범한 동네 빵집이던 성심당은 어떻게 ‘빵지순례’(유명 빵집 찾아다니기) 성지가 됐을까요.

5시간 웨이팅은 기본입니다

지난해 11월 대전 중구 케이크 부띠끄 본점 앞 모습 [헤럴드경제DB]
지난해 11월 대전 중구 케이크 부띠끄 본점 앞 모습 [헤럴드경제DB]

촉촉한 초콜릿 시트 위에 달콤한 딸기가 넘칠 듯 쌓인, 성심당의 시그니처 케이크 ‘딸기시루’

요즘 사람들은 이것을 먹기 위해 무려 5시간 이상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가격은 4만 9000원으로, 유명 호텔 케이크가 1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것과 비교하면 딸기시루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성비’ 케이크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153 ‘성심당의 상징’ 케이크 부띠끄 본점 앞은 매일 아침 ‘오픈런’(개점시간 구매)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성심당 SNS]
[성심당 SNS]

딸기시루 판매 첫날에는 200m가 넘는 대기 줄과 함께 5시간이 넘는 대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긴 대기에도 불구하고 딸기시루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5시간의 기다림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는 단지 ‘가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2.3㎏이라는 묵직한 무게만큼이나 꽉 찬 딸기의 양, 그리고 대전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희소성’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고물가 시대 속에서 확실한 행복을 보장하는 ‘갓성비’는 전국의 디저트 유목민들을 대전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임산부 프리패스 3만원에 살게요”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딸기시루의 폭발적인 인기가 독이 된 것일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긴 대기 시간을 피하기 위한 일탈 행위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성심당은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한 ‘임산부 프리패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임신 확인증 또는 산모 수첩을 직원에게 제시하면 임산부 본인과 동반 1인은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딸기시루 열풍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당근마켓에서는 “임산부 프리패스 3만원에 구해요”, “성심당 같이 갈 임산부 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딸기시루를 사기 위해 5~6시간을 기다리는 대신 그 시간을 돈으로 사겠다는 것인데요. 이는 성심당이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임산부에 대한 배려를 ‘거래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선의로 만든 제도를 망치는 행동”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성심당은 출산예정일을 확인하고 신분증과 대조하는 등 추가 확인 절차를 도입해 프리패스 이용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교황도 감동한 K-빵집

레오 14세 교황
레오 14세 교황

지난달 1일 대전 빵집 성심당에, 한 통의 축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창립 70주년을 맞은 성심당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는데요.

성심당은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아침 식사로 빵을 제공하며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교황의 친필 서명이 담긴 축하 서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성심당이 지난 세월 동안 ‘모두를 위한 경제’ 모델에 입각해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이루어 낸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업적에 깊은 치하를 보낸다.

‘모두를 위한 경제’는 인간 중심의 경제와 공동선 실현을 목표로 가톨릭이 펼치는 경제 운동을 뜻하는데요.

성심당은 가톨릭 가치관을 경영에 꾸준히 반영해 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판매 후 남은 빵을 매일 보육원과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에 기부하며,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습니다.

성심당은 맛과 가성비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지만, 이번 교황의 축하 메시지는 그 명성의 이유가 단지 제품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빵을 파는 방식만큼이나, 그 이익을 사회와 어떻게 나눠 왔는지 성심당의 경영 방식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대전시 중구 케이크 부띠끄 본점 모습 [헤럴드경제DB]
대전시 중구 케이크 부띠끄 본점 모습 [헤럴드경제DB]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

성심당이 유일하게 고집하고 있는 경영 철학 중 하나이죠. 평범한 동네 빵집이었던 성심당은 이제 대전의 자부심이자 문화가 됐습니다.

성심당을 따라 모인 발걸음은 골목을 채우고 도시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꿔 놓았는데요.

이제 대전은 “성심당 갈까?”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되는 도시가 됐습니다.

By 이성연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