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이 뒤늦게나마 12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탄소중립 압박은 갈수록 커지는데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에너지 체계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이제라도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이번 특별법은 정부가 5년마다 SMR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과 재원 조달, 산업 생태계 조성까지 포괄하는 국가 전략 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원자력진흥위원회 산하에 개발 촉진위원회를 두고, 특구 지정과 실증 지원 근거도 담았다. 203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국산 SMR 핵심 설계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민관 공동출자와 기반시설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는 장치도 포함됐다. 기술 난이도와 투자 위험이 큰 분야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SMR은 대형 원전의 핵심 장치를 일체화해 크기를 줄인 차세대 원전이다. 소형·모듈화 설계로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 설치할 수 있어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산업단지·지역·연구시설 등 필요한 곳에 분산 배치가 가능하다. AI 시대에 안정적으로 24시간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 18개국이 80여 종의 SMR을 개발 중이며, 대부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SMR 배치에 약 9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육상 SMR을 건설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까지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해 SMR 투자에 나선 상태다. 반면 한국은 제도 정비 지연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업계 역량은 충분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제작 역량을 확보한 데 이어, SMR 전용 생산 체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SM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혁신형 SMR(i-SMR) 설계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형 소형원자로(SMART) 설계를 고도화해 수출형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설계·제작·시공·운영을 아우르는 전 주기 역량을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원전 강국으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력과 제도 정비다. 지금의 인허가 체계는 대형 원전에 맞춰 짜여 있다. 이를 SMR에 그대로 적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전은 철저히 지키되, 기술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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