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로 부상한 민주당 대선 후보 1순위

난독증으로 매일 울며 엄마와 언쟁하던 유년시절 벗어나

샌프란시스코 최연소 시장 등 화려한 정계 데뷔

암기로 난독증 극복하고 동성 결혼 등 진보 정책으로 승부수

“민주주의·기후 정책 위기...트럼프 임기 끝나면 되돌려놓을 것” 당찬 대권 행보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기업인,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금융인, 미래를 바꾸는 창업가, 국제 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지도자. [더 비저너리]는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세상의 흐름을 주도하는 파워 리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무엇이 현재의 그들을 만들었으며,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해 드립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2024년 대선 참패 이후 구심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연달아 내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키고 있다.[게티이미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2024년 대선 참패 이후 구심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연달아 내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키고 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연방 정부가 약자를 희생시켜 강자를 보호하면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수백만 명에게 필수적인 식량 지원을 중단할 수 없다. 정당한 이유 없이 미군을 미국 도시에 파견할 수도 없다. 의료 연구, 국가 안보 또는 재난 대응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잔인하고 불법적으로 중단할 수는 없다.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지난 1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새크라멘토에 있는 주(州)의사당에서 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반(反) 트럼프 진영의 선두주자답게, 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연설이었다.

연설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많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는지 등은 차치하고, 뉴섬 주지사가 주의사당을 꽉 채운 군중들 앞에서 당당하게 연설을 했다는 것만 해도 50여년전의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놀랄만한 일이다. 난독증 때문에 매일 밤 울어야 했던 소년이 연설을 무기로, 세계 최강대국의 현직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투사’가 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연설하고 있다.[AFP]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연설하고 있다.[AFP]

난독증으로 힘겨웠던 학창 시절...엄마표 교육부터 추천서까지 집안 역량 총 동원해 졸업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967년 샌프란시스코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어린 시절과,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에서의 정치인 생활. 언뜻 보면 순탄한 삶일 것 같지만, 그의 유년 시절은 그다지 달콤하지 못했다. 세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는 떨어져 살아야 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학창 시절은 “비참하고 고문이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힘들었다. 5세에 진단받은 난독증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문자와 숫자를 읽고 쓰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교육을 따라갈 수 없어 전학을 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어머니는 오디오북, 요약본, 비공식적인 구두교육(전담 교사를 두고 가정에서 따로 학습하는 것) 등 모든 것을 총동원했지만 그는 결국 읽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개빈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의 기억에서도 그는 숙제를 도와주려는 어머니와 매일 언성을 높이고 싸우다 울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서야 어머니가 숨겨둔 통지서와 관련 서류들을 발견하고 자신이 난독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문자 뿐 아니라 숫자도 제대로 읽지 못해 수학도 따라갈 수 없었다. 그가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 ‘Young Man in a Hurry: A Memoir of Discovery(서두르는 청년 : 발견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수학 수업을 피하기 위해 수학 시간마다 아픈 척을 했다.

뉴섬은 난독증으로 학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야구 장학생으로 1985년 산타클라라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레드우드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에서 활동했던 뉴섬의 모습.[회고록 발췌]
뉴섬은 난독증으로 학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야구 장학생으로 1985년 산타클라라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레드우드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에서 활동했던 뉴섬의 모습.[회고록 발췌]

그런 그가 대학을 갈 수 있었던 비결은 운동 실력이었다. 그는 레드우드 고등학교 시절 농구와 야구 선수로 활동했는데, 여러 대학교에서 야구 장학금과 입학 제안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입단 제의(스카우트)도 받았다고 전해진다. 뉴섬의 선택은 산타클라라 대학교에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부유한 집안의 인맥을 총동원한 추천서와 기부금 등으로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실제로 당시 산타클라라 대학교 이사가 그의 아버지 윌리엄 뉴섬의 친구였고, 전직 주지사부터 은행장, 전직 법관 등 화려한 후원자들이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뉴섬의 대학 시절 야구부 코치였던 커민스는 뉴섬의 입학 대가로 후원자들로부터 야구부가 상당한 재정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당시 이런 사례는 꽤 일반적인 관행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뉴섬의 야구 선수 경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대학에서는 선수로 뛴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1루수로 입단한 그는 1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야구를 접어야 했다. 이후 정치학 전공으로 1989년 대학을 졸업했다.

젊은 시절 개빈 뉴섬의 모습. 그의 아버지 윌리엄 뉴섬은 샌프란시스코의 명망 있는 판사로 집안도 매우 부유했지만,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된 뉴섬은 신문 배달로 용돈을 벌어야 할 만큼 형편이 빠듯했다. [회고록 발췌]
젊은 시절 개빈 뉴섬의 모습. 그의 아버지 윌리엄 뉴섬은 샌프란시스코의 명망 있는 판사로 집안도 매우 부유했지만,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된 뉴섬은 신문 배달로 용돈을 벌어야 할 만큼 형편이 빠듯했다. [회고록 발췌]

학교에서는 힘겨웠지만 타고난 감각·실행력으로 자신감...사업·정계로 영역 확장

그는 졸업 후인 1992년 샌프란시스코에 플럼잭 와인숍을 열며 와인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를 “20대에 만든 첫 사업의 출발점”이라 설명했다. 그가 플럼잭 와인숍을 열 때 내건 캐치 프레이즈는 ‘더 재미있고, 덜 부담스러운 와인’이었다. 그의 지향점에 맞는 와인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와이너리(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드는 곳)를 직접 운영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플럼잭 와인숍은 와이너리를 넘어 레스토랑, 부티크 호텔 등 연계된 영역의 사업체를 보유한 종합 관광·생활형 브랜드가 됐다. 이 과정에서 개빈은 샌프란시스코와 나파, 팜스프링스, 카멜 등 관광 지역을 중심으로 와이너리와 호텔, 레스토랑 등을 인수해 가며 기업을 일궜다. 레스토랑은 5곳, 의류 매장도 2곳에 이르고, 부티크 호텔(최고급 호텔)도 운영하면서 직원이 최대 800명에 달할 정도의 중견 기업이 됐다. 현재에도 플럼잭 그룹 내에는 여러 와이너리와 포도밭, 캘리포니아 전역의 숙박 사업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개빈은 회고록에서 사업 경험을 난독증으로 위축됐던 학창 시절의 고통에서 벗어나 감각과 실행력 등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아를 다진 계기라 표현했다.

2001년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 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개빈 뉴섬(오른쪽)과 당시 아내였던 킴벌리 길포일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
2001년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 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개빈 뉴섬(오른쪽)과 당시 아내였던 킴벌리 길포일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

1997년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으로 나서, 정계에 발을 들인 것은 자연스런 과정이었다. 판사였던 그의 부친은 정·재계 인맥이 두터웠고, 개빈도 일찍부터 정·재계 인사들을 가까이 보며 정치의 생리를 체감해왔다. 2001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에서 역대 최연소(36세) 타이틀을 달며 당선됐다.

젊고 패기 넘치는 시장의 탄생에 미디어가 가장 먼저 주목했다. 패션 잡지 하퍼스바자는 개빈과 당시 그의 아내였던 킴벌리 길포일의 화보를 표지에 실으며 ‘새로운 케네디 부부의 탄생’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2001년 개빈 뉴섬이 최연소 샌프란시스코 시장 기록을 쓰자, 개빈과 당시 아내였던 킴벌리를 ‘새로운 케네디 부부’라 칭했던  패션지 하퍼스바자의 표지 사진.[하퍼스 바자]
2001년 개빈 뉴섬이 최연소 샌프란시스코 시장 기록을 쓰자, 개빈과 당시 아내였던 킴벌리를 ‘새로운 케네디 부부’라 칭했던 패션지 하퍼스바자의 표지 사진.[하퍼스 바자]

공교롭게도 킴벌리 길포일은 그의 당선 직후 뉴욕에서 방송 활동을 시작했고, 결국 결혼 9년 만인 2006년 이혼했다. 이후 뉴섬과 길포일의 행보는 지금까지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른다. 민주당 소속 시장의 아내였던 길포일은 이후 민주당과는 상극인 극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했고, 뉴욕의 학부모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 약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운동에도 깊게 관여했던 길포일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현재 그리스 주재 대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길포일은 2024년 말에 트럼프 주니어와는 결별했지만, 여전히 화려한 외모를 앞세워 ‘마가랜드(MAGA Land·미국 우선주의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결체)’의 공주님으로 군림하고 있다.

뉴섬과 길포일이 처음 만난 것은 1994년께 민주당의 기금 모금 행사에서였다. 그 이전에는 길포일이 18세 때 공화당원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길포일은 공화당에서 뉴섬과 만날 때쯤 민주당으로, 이후 다시 극보수 성향으로 돌아서는 극적인 변화를 보여온 것이다.

이를 두고 개빈은 CNN 인터뷰에서 길포일이 결혼 당시 “매우 영리하고(whip-smart) 야심이 큰(ambitious) 여성이었다”며 “야심 때문에 폭스뉴스를 택했는데, 폭스 뉴스의 기업 문화에 희생양이 됐다. 결혼 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1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주지사로 당선된 개빈 뉴섬이 2살 난 아들 더치를 안고, 7살 난 아들 헌터(왼쪽), 9살난 딸 몬태나(앞줄 가운데), 아내 제니퍼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지난 2018년 11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주지사로 당선된 개빈 뉴섬이 2살 난 아들 더치를 안고, 7살 난 아들 헌터(왼쪽), 9살난 딸 몬태나(앞줄 가운데), 아내 제니퍼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개빈은 2008년 다큐멘터리 감독인 제니퍼 시벨과 재혼했고, 이후 아들 둘, 딸 둘 등 네 아이를 뒀다. 개의 셋째 아이는 2019년 개빈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취임 연설을 할 때 그의 품에 안겨 ‘씬 스틸러(작은 출연으로 모두의 이목을 끄는 인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에 대해 개빈의 공약 중 하나인 유급 육아휴직 확대 등 가족 친화 정책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었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만큼 개빈이 연설의 모든 요소를 계산하고 전략을 짠다는 면모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캘리포니아는 침묵하지 않는다. 여러분도 침묵하지 않고, 움츠러들지도 않을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다른 주들이 따라야 할 다른 이야기, 운영 모델,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2026년 1월 주의회 연설에서

뛰어난 암기력, 수려한 외모…‘정치인 뉴섬’을 부각시킨 두 가지 무기

샌프란시스코 시장 이후 뉴섬은 캘리포니아 부지사 2번,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재선까지 성공하면서,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곳) 캘리포니아에서 체급을 높이게 된다. 정치에 나선 뉴섬에게는 두 가지 무기가 있다. 하나는 뛰어난 암기력이다. 이는 정치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난독증을 극복하게 한 원동력이다.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자주 연설하게 된다. 난독증 때문에 연설 원고를 읽거나 프롬프터를 보기 어려운 뉴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뉴섬은 실제로도 연설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주지사들이 주정 홍보를 위해서라도 매년 하는 주의회 합동 연설도 2020년 이후 하지 않다가 임기 막바지라는 점을 들어 지난 1월 거의 5년 만에 했다. 뉴섬은 주의회 연설보다 주의회에 서한이나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것, 혹은 주 전역 순회로 이를 대신해 왔다.

2010년 2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UCSF 교수·동문회관에서 개빈 뉴섬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오른쪽)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 두번째)과 함께 ‘회복법’ 제정 1주년 회의에 참석한 후 발언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는 시숙인 론 펠로시가 뉴섬의 고모와 21년간 부부였던 인연을 바탕으로, 개빈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AFP]
2010년 2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UCSF 교수·동문회관에서 개빈 뉴섬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오른쪽)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 두번째)과 함께 ‘회복법’ 제정 1주년 회의에 참석한 후 발언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는 시숙인 론 펠로시가 뉴섬의 고모와 21년간 부부였던 인연을 바탕으로, 개빈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AFP]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순간, 그는 연설 내용을 철저히 암기해 실수를 줄인다. 그는 특히 미세한 숫자까지 완벽하게 외우고 있어, 주의 예산이나 실업률, 경제성장 지표 등을 원고 없이 정확히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지 언론은 “매년 1월, 주지사가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할 때 뉴섬은 가장 빛을 발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에 가깝다는 평까지 나올 정도다. 이를 위해 뉴섬은 회고록에서 매일 아침 그날의 보고서를 세 번씩 밑줄 그으며 읽고, 요약한 내용을 노란카드에 써 주머니에 넣고 수시로 꺼내 본다고 전했다. 완전히 정보를 숙지하기 위해 참모들과 질의응답까지 하느라, 5~6분이면 끝날 발표를 위해 6시간씩 준비한다.

그의 또 다른 무기는 준수한 외모다. 190cm의 훤칠한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뉴섬의 다부진 용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열풍이 일고 있는 ‘룩스맥싱(Looksmaxxing)’ 현상과 맞물려 더욱 강점이 되고 있다. 룩스맥싱은 일종의 외모지상주의다. 룩스맥싱에 심취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들은 보수성향, 친(親) 트럼프 성향을 자처하면서도 향후 대선에서는 뉴섬을 지지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뉴섬이 잘생겼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뉴섬을 두고 ‘모깅(mogging·너무 잘생겨서 상대방에게 굴욕감을 준다는 뜻의 은어)’하다거나, ‘채드(chad·잘생긴 얼굴에 근육질 몸매의 ‘상남자’를 뜻하는 은어)‘라는 평이 오간다. 뉴섬 역시 자신의 이런 장점을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듯 하다. 그는 가끔 SNS에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올리며 룩스맥싱에 빠진 이들이 열광할 만한 재료를 던져준다.

트럼프가 키워준 ‘트럼프 저격수’

지난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에 대해 “모든 것이 그의 책임”이라며 뉴섬을 비난했다.[AP]
지난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에 대해 “모든 것이 그의 책임”이라며 뉴섬을 비난했다.[AP]

캘리포니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뉴섬이 미 전역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 것은 ‘트럼프 때문’, 혹은 ‘트럼프 덕분’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후 시행한 강경한 이민 단속에 반발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군을 투입해 이를 진압했고, 이에 뉴섬 주지사가 정면으로 맞서며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뉴섬 주지사는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적인 주방위군 투입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고, 시위대에는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공화당 진영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그다지 격렬하지도 않았던 시위에 군 투입이란 강수를 둬서 일을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잠시 백악관 홍보 책임자를 맡았다 물러났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이를 두고 “이 모든 실수가 개빈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것은 단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시위가 아니다. 트럼프가 주방위군 사령관 권한을 요구할 때, 그 명령이 전국 모든 주에 적용되도록 했다. 캘리포니아 다음은 다른 주들이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민주주의가 될 것이다.

2025년 6월 이민단속 반대 시위대를 향한 연설에서

뉴섬은 이후 트럼프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반(反) 트럼프 진영 대표 주자가 됐다. 지난해 미국 대표단이 불참한 유엔 기후총회에서는 뜻밖에 뉴섬 주지사가 나와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비판했다. 당시 그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한 파리 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탈퇴한 데 대해 “혐오스러운 일”이라며 “향후 민주당 행정부가 (집권할 경우) 주저 없이 협정에 재가입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달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주정부는 AI규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시에 어깃장을 놨다. 뉴섬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주정부와 계약을 맺는 AI 기업에 안전 및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의무화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전역에서 AI 기술이 일자리, 교육, 국가 안보 및 아동 안전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주정부 간 ‘AI 규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저격수로 뉴섬이 부각되는 것을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뉴섬이라는 성(姓)과 쓰레기를 뜻하는 속어 ‘scum’을 합해 ‘뉴스컴(Newscum)’이라 부를 정도다. 뉴섬 역시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발끈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자신이 하는 말을 강조하기 위해 문장 전체를 대문자로 쓰거나, 마지막에 이름 약자인 DJT를 넣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활용법을 본따 트럼프를 비꼬는 SNS 글을 전부 대문자로 쓰는 식이다. 게시글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 약자인 GCN(Gavin Christopher Newsom)를 넣기도 한다. 확실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뉴섬을 때릴 때마다, 전국적으로 뉴섬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 1위...남은 과제는 중도층 포섭

2012년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오른쪽)을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앞쪽 가운데)과 개빈 뉴섬 당시 캘리포니아 부지사가 마중하고 있다. 뉴섬과 해리스는 정치적 이념을 같이하는 동지이면서 민주당 내에서 경쟁하는 ‘프레너미(친구와 적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
2012년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오른쪽)을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앞쪽 가운데)과 개빈 뉴섬 당시 캘리포니아 부지사가 마중하고 있다. 뉴섬과 해리스는 정치적 이념을 같이하는 동지이면서 민주당 내에서 경쟁하는 ‘프레너미(친구와 적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

뉴섬은 민주당 내에서는 차기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힌다. UC 버클리 정부학연구소(IGS)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민주당 등록 유권자의 28%가 뉴섬 주지사를 2028년 대선 민주당 후보 1순위로 지목했다. 연방 하원에서 진보의 가치를 앞세워 영향력을 높였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하원의원(14%)이나 피트 부티지지 전 연방 교통부장관(11%)을 큰 격차로 앞선 결과다. 뉴섬과 같이 캘리포니아를 정치적 고향으로 두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 경쟁해 온 ‘프레너미’(친구와 적을 합한 신조어) 관계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9%)도 큰 격차로 따돌렸다. IGS의 크리스티나 모라 공동소장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뉴섬 주지사의 전반적인 주정부 운영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그를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MAGA) 후보들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섬은 지난해 9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서 집계한 조사나 에머슨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대권 후보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사망자가 두 명이나 발생한 미네소타주에서의 강압적인 이민 단속, 이란에 대한 전쟁까지 이어지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이 뉴섬의 무게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시청 근처에서 열린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 현장에서 한 여성이 ‘어느 때건 (미국에) 왕은 없다’는 표어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미 전역에서는 현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에 항의하는 3300여건의 집회가 열렸고, 총 800만명가량이 시위에 참여했다. [UPI]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시청 근처에서 열린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 현장에서 한 여성이 ‘어느 때건 (미국에) 왕은 없다’는 표어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미 전역에서는 현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에 항의하는 3300여건의 집회가 열렸고, 총 800만명가량이 시위에 참여했다. [UPI]

뉴섬이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려면, 부유층이면서 진보주의자를 표방한다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 뉴섬은 2004년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되자마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이는 당시 캘리포니아 주법과 충돌하는 것이었고, 민주당 내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동성결혼은 2008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동성 결혼 금지법을 위헌 결정한 이후에도 주민발의로(Proposition 8) 다시 금지됐다가 2013년 연방법원이 다시 이를 뒤집은 다음에야 캘리포니아에서 완전히 합법이 됐다.

그 과정에서 뉴섬은 ‘풋내기 시장’이 아닌 확고한 진보주의자로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진보주의자라는 이미지에 매몰되면, 중도층을 포섭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부유층 이미지까지 덧씌워지면 중도층을 흡수해 미 전역으로 영향을 넓히려는 그의 전략이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 당시에도 뉴섬의 경쟁 후보였던 매트 콘살레스 녹색당 후보는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서 룸메이트와 월세로 사는데, 뉴섬은 300만달러의 호화 주택에서 거주하는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그의 조부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신인 뱅크오브이탈리아 공동 창업자로, 막대한 부를 물려줬다. 여기에 그의 부친은 미국의 석유재벌 폴 게티의 가문의 변호사로 일했고 폴의 아들인 고든과 가까운 친구여서, 뉴섬은 여름휴가마다 게티 가족과 호화 여행을 즐겼다. 뉴섬은 여름 휴가 때에 게티 가족과 세렝게티 상공에서 열기구를 타거나 캐나다에서 북극곰을 촬영하고, 스페인 국왕과 함께 유럽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도 했다.

뉴섬은 이 같은 지적을 인지한 듯, 지난해 펴낸 회고록에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느라 ‘이중생활’을 겪었다고 적었다. 아버지와 만날 때에는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평소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 때에는 어머니가 일을 세 가지씩 했고, 자신도 십 대 시절 신문 배달을 해 용돈을 벌어야 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 게티 가족이 값비싼 선물을 보내면 뉴섬 남매는 일부러 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척을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비싼 선물을 반품해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남은 돈은 생활비에 보탰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일요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 및 컨퍼런스의 주요 세션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자신의 회고록을 소개하며 연설하고 있다. 지난해 뉴섬이 펴낸 회고록은 정계에서 사실상 ‘대선 출사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AP]
지난달 15일 일요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 및 컨퍼런스의 주요 세션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자신의 회고록을 소개하며 연설하고 있다. 지난해 뉴섬이 펴낸 회고록은 정계에서 사실상 ‘대선 출사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AP]

정책에서도 최근에는 중도,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1월 주의회 연설에서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의료지원 축소, 주택·노숙인 예산을 줄이는 등 재정 건전성 강화 , 기업세 공제 연장 등 시장 친화적 정책 등을 내세웠다. 이 모두 ‘전통적인 왼쪽’에서 중도 진영으로 한 발 이동했다는 평을 받는 정책들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의 남은 임기는 내년 1월 4일까지다. 2028년 11월 7일인 차기 대선까지는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 남는다. 그동안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해 뉴섬이 차기 대권을 쥔다면, 로널드 레이건 이후 40여년 만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신의 미국 대통령이 나오게 된다. 역설적으로 레이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는 인물이다. 여러 측면에서 뉴섬과 트럼프는 묘한 인연으로 얽힌 듯 보인다.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