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직접 쓴 운동회 개최 양해문, SNS서 화제
“소음 양해 부탁드린다”, 누리꾼들 “어른들이 미안”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어린이들이 직접 쓴 손편지들이 빼곡히 붙은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다. 편지는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곧 열릴 학교 운동회로 인해 소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이다.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운동회 조차 마음껏 열지 못하는 요즘 도심 학교의 현주소를 드러낸 것이어서 씁쓸함을 남긴다.
20일 소셜미디어(SNS) 스레드에는 한 초등학교 담장에 붙은 이같은 이색 전시물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올라 왔다. 작성자 A 씨는 “산책갔다 오는데 동네 초등학교 담벼락에 빼곡히 붙어있더라”라며 “초등학교 운동회 하면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라고 덧붙였다.
공유한 영상과 사진으로 미뤄 해당 학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에 있는 초림초등학교로 보인다. 이 학교는 오래된 구축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있다.
학교 담장에 붙은 어린이들이 직접 작성한 인근 아파트 입주민 대상 ‘양해문’을 보면, 아이들은 각자 삐뚤빼뚤한 손 글씨와 그림을 곁들여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 운동회(체육대회)가 진행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함성과 음악 소리로 인해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부탁드린다”라고 했다.
한 어린이는 알록달록 한 색상으로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크게 쓰고, 아래에는 운동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을 그려넣었다. 이 어린이는 “체육대회를 열 때 소음이 날 수 있습니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저희가 더 빛납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희 잘못 아니고 죄송할 일 아니야, 어른들이 미안해. 자유롭게 뛰어놀아야하는데”, “저 옆에 ‘얘들아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민원충들아 닥쳐줄래?’라고 써주고 싶다”, “왜 아기들 하루 잠깐 노는 거로 부채의식을 심어주는가, 이기적인 어른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운동회가 열리는 이 시기에 초등학교와 학생들이 인근 주민들의 눈치를 보는 풍경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과부터하고 시작하는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 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영상에선 운동장에 모인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들 조금만 놀게요. 감사합니다”라고 일제히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2024년 5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회 날에는 인근 빌딩에서 소음에 항의하며 경찰에 신고한 사례가 있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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