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우리나라 전력 수요가 최대 694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2년 전 세운 계획보다 70TWh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서울시 연간 소비량(50TWh)의 1.4배에 해당하는 전력이 새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차와 히트펌프 확산까지 겹치며 수요 증가 속도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가 성장하면 전력 수요가 그에 비례해 완만히 증가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기존 산업 수요는 오히려 직전 계획보다 약 9TWh 줄어든 반면, 반도체·AI 데이터센터·전기차 등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요는 79TWh에서 173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탄소감축에 따른 산업과 난방의 전기화로 인한 수요가 119TWh에 달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첨단산업 관련 수요는 16.6TWh에서 최대 55.8TWh로 확대돼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수요 증가의 중심이 기존 경제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전기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수요 구조 변화에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AI와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끊김 없는 전력 공급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태양광과 풍력은 필수적이지만 간헐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저장 기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산업 수요를 맡기기에는 불안이 크고, 이는 전력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원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AI수요 등에 대응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탈원전’을 추진했던 유럽연합(EU)조차 최근 “전략적 실수”였다며,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 원전 기술개발로 돌아섰다. 중동발 에너지 불안까지 겹쳐 안정적인 기저 전원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우리 역시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안정성 확보가 우선이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으로만 그칠 일이 아니다.

최대전력 증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여름과 겨울 피크 시간대에 필요한 최대전력은 2040년 138.2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직전 계획보다 8.9GW 증가한 규모로, 원전 6기에 해당한다. 발전소 건설에는 긴 시간이 걸리고, 전력 수급은 한 번 어긋나면 되돌리기 어렵다. 지금의 에너지 정책이 향후 수십 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정교한 에너지 믹스와 장기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