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방위산업을 둘러싼 쟁점이 부상하고 있다. 방위산업의 콘트롤타워인 방위사업청을 국방부 예하에 둘 것인지, 아니면 국무총리실 산하로 격상할 것인지의 선택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의 문제가 아니라 방산을 군사력 건설의 하위 체계로 볼 것인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할 것인지에 관한 쟁점이다.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선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러낸 변화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전쟁에서는 전통적 방산업체뿐 아니라 민간 기술기업도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팔란티어와 안두릴 기업의 데이터 분석과 자율 감시체계는 전쟁에서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으며, 클로드 인공지능(AI)과 같은 생성형 AI까지 군사적 의사결정을 보조하고 있다. 전쟁은 이제 무기 성능의 경쟁을 넘어 데이터·알고리즘이 결합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포탄과 미사일 대량 생산 능력은 전쟁 지속의 핵심 조건임이 다시 확인됐다. 이는 혁신과 생산,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방산에 복합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미래를 이유로 생산력을 희생할 것인지, 아니면 물량에 안주하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또한 러-우 전쟁은 민간 기술 혁신의 방산 적용 사례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기술을 국방에 접목하는 방식 역시 선택의 문제로 떠오른다. 미국은 국방혁신단(DIU)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민간 기술을 방산에 도입하고 있고, 중국은 군민융합을 통해 국가 주도로 통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방산은 거대한 벤처 생태계도, 강력한 국가 통제 체제도 갖추지 않은 조건 속에서 민간 기술 혁신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와 함께 러-우 전쟁을 계기로 세계는 경쟁적인 방산 투자 시대가 되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 방산도 기존의 ‘가성비’ 중심 수출 경쟁력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기술 이전과 후속 군수, 훈련 체계, 외교적 신뢰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수출 전략을 확대할 것인지의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러-우 전쟁 시대에 한국 방산이 직면한 과제는 산업 전략, 민간 기술 혁신, 수출 전략 전반에 걸친 ‘선택의 압박’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법은 어느 하나를 고르는 데 있지 않다. 답은 택일이 아니라 결합에 있다. 산업 전략은 대기업의 생산과 체계 통합 역량에,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 등 핵심 기술 공급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동시에 민간 기술 혁신 역시 정부가 임무를 제시하고, 민간이 이를 기반으로 혁신을 수행하며, 군이 실증을 통해 검증하고, 검증된 기술이 양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수출 전략의 목표는 합리적 가격을 기반으로 높은 신뢰와 통합 지원을 제공하는 방산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방산 콘트롤타워를 둘러싼 거버넌스 해법 역시 선택이 아닌 결합을 전제로 한 역할 분담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범정부 조정기구는 국가 전략 차원의 기획을 맡고, 국방부 내 집행기관은 군의 획득을 책임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이러한 구조는 산업·기술·수출을 아우르는 통합적 거버넌스의 재설계를 의미한다. 방산은 더 이상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이다.
김광진 한국안보전략·시스템학회장 전 공군대학 총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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