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한국 해운사 운용 선박에서 폭발 화재가 난 지 사흘째인 6일, 바닷길 개방과 통제권을 두고 미국-이란 간 대립이 고조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현지시간 5일) 이란과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호르무즈에 발에 묶인 상선들의 탈출을 돕는 ‘해방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이란은 호르무즈 통과 선박들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새 해상 규제를 도입했다고 이란 국영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에서는 한국 화물선이 단독으로 움직이다가 이란의 공격을 당한 것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펼치며 재차 한국의 미 군사작전 동참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란 간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으나, 호르무즈를 둘러싼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이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 프로젝트의 일시 중단 이유에 대해 “파키스탄 및 기타 국가들의 요청과, 이란에 대한 작전 과정에서 우리가 거둔 엄청난 군사적 성과, 그리고 이란 대표단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한 큰 진전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다만 대(對)이란 해상 봉쇄조치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란은 새로운 ‘주권적 해상 교통 규제 메커니즘’을 가동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은 이란 측의 사전 통행 허가와 운항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으로선 호르무즈에 정박 중인 26척의 선박과 160명의 한국 국적 탑승 선원의 안전,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및 원자재 공급망의 타격, 미국 정부의 군사작전 참여 압박 등 3중의 위협에 노출된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 청와대는 일단 선박 사고 원인을 특정하지 않고, 조사를 통해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5일 언론 공지에선 미국의 군사 작전 동참 요구에 대해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지난 2월말 개시한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가 목표를 달성하고 종료됐으며, 미국은 “해방 프로젝트 중”이라고 말했다. ‘종전 선언’과 호르무즈 문제를 분리하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로선 호르무즈 상황 타개가 국민 안전·공급망 복구·한미동맹 관리 문제에서 절대적인 관건이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현지 및 전황 정보에 대한 신속한 파악과,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신중하고 현명한 외교·군사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미, 대이란 양자관계에서의 조치와 함께 다자간 정보공유와 국제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