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여야 모두 당 차원의 국토 균형과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내란 세력 청산”과 “공소 취소 저지”라는 구호만 요란하다. 여당은 ‘윤 어게인’ 세력을, 야당은 이재명 정부를 심판하자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여야 없이 지도부는 정치적 프레임 대결에 매몰됐고 주요 지역에선 범여·범보수권 내 비방전과 ‘단일화’ 공방만 뜨겁다. 국민은 중동전쟁과 물가, 유가, 주가, 집값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지방선거는 민생을 외면한 ‘그들만의 권력다툼’이 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이번 선거에서 ‘윤 어게인’ 공천으로 다시 내란을 꿈꾸는, 저 오만한 세력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며 “반드시 승리해 내란의 싹까지 잘라내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선대위 명칭은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선대위’로 확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부산 북갑·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당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을 통째로 망가뜨리고 있다” “자기 죄는 없애겠다고 달려들고 있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15일 전후로 출범할 중앙선대위에 ‘공소 취소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갈 길은 바쁜데 여야 양당은 여전히 ‘이재명 대 윤석열’의 과거 전선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이다. 상대당은 절대 안 되니 우리 당을 뽑아 달라는 강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인데 그러는 사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들은 방기되고 있다. 인공지능(AI)·반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지역·산업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안, 저출산 고령화와 청년 일자리 대책 등에서 각 당의 거시적이고 대안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 노·사·주주(개인투자자) 간 성과급 갈등은 첨단 기술·주식시장 발달에 따라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해결과제이자 국민적 관심 사안임에도 여야는 중개 노력도, 대안 제시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 전환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자원 배분 갈등을 해결하고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본질이 아닌가.
악수를 어떻게 했느니, 누가 진짜 우리 지역 사람이니, 누가 진짜 진보고 보수니 하는 일 따위가 국정과제와 지역 현안을 잡아먹는 정쟁거리가 돼선 안 된다. 중앙당은 지방 발전과 국토 균형발전의 대계를 내놓고, 지역 후보들은 이를 실현할 정교한 정책으로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철 지난 이념이나 선명성 타령 말고 실용과 민생 경쟁이 돼야 한다. 각 당 지도부부터 각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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