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의 후폭풍이 물가·금리·환율 등 거시경제 전반을 옥죄는 양상이다.

4월 생산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표적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아 ‘채권 포비아’를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폭등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상회하며 고공비행 중이다. 물가·금리·환율에 동시 경보음이 켜진 것이다. 중동발 삼각 파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에너지 공급망 개선, 유동성 관리 등 리스크를 선제적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8.43(2020년 수준 100)으로, 전월(125.35)보다 2.5% 상승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2.5%)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다. 4월 들어 나프타 가격 상승 폭은 축소됐지만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의 상승 폭이 유지됐고 제트유가 큰 폭으로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된다. 올해 물가가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0%를 크게 상회할 우려가 커졌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로 글로벌 채권시장은 ‘금리 발작’을 겪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5.197%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4.687%를 찍어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며 ‘채권 포비아’가 확산되는 국면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10 선을 넘어선 배경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재명 정부 1년의 핵심 경제 성과로 성장률 반등, 코스피 7000시대 개막, 민생물가 안정을 꼽았다. 그러나 중동전쟁발 3고는 이 같은 성과를 무색하게 할 변수들이다. 고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게 되면 코스피지수는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또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 부담을 가중시켜 소비를 얼어붙게 할 것이다. 이에 따른 내수 침체는 수출 호조로 일군 성장률을 깎아내린다. 일단 물가부터 잡아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중동발 물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을 선제적으로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