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 엔터, 라스베이거스 초대형 구형 공연장 운영
2023년 U2 공연으로 개장…인스타 팔로워 321만명 ‘바이럴 명소’
1분기 스피어 부문 매출 69% 증가…자체 몰입형 콘텐츠가 성장 주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미국 서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인근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거대한 구형 건물이 있다. 한국 독자에게는 서울대공원·서울랜드 일대의 지구본형 조형물을 떠올리게 하지만, 기능은 전혀 다르다. 외벽 전체가 LED 화면이고, 내부에는 16만제곱피트 규모 디스플레이와 몰입형 음향, 진동 좌석, 바람·안개·향기 같은 환경 효과가 결합돼 관객이 영화 속 장면에 들어간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관광객이 사진과 영상으로 먼저 기억하는 이 건물이 ‘스피어’다.
증시에서는 이 건물을 운영하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스피어 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의 1분기 실적에서도 성장의 중심은 외벽 광고나 콘서트가 아니라, 이 내부 체험형 콘텐츠인 ‘스피어 익스피리언스’였다.
2023년 U2 공연으로 포문…공연장 넘어 ‘체험형 플랫폼’으로
스피어의 출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매디슨스퀘어가든컴퍼니와 라스베이거스 샌즈는 라스베이거스 샌즈 애비뉴 일대에 대형 음악·엔터테인먼트 전용 공연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이후 ‘MSG 스피어’ 프로젝트로 구체화됐고, 2018년 착공을 거쳐 2023년 9월 29일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레지던시 공연 ‘U2:UV Achtung Baby Live at Sphere’로 공식 개장했다.
개장 초기 스피어를 알린 것은 대형 아티스트 공연이었다. 그러나 현재 스피어 엔터테인먼트가 시장에서 평가받는 지점은 콘서트장 하나를 보유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내부에서는 콘서트와 몰입형 영상 콘텐츠를 팔고, 외부에서는 엑소스피어 광고를 운영하며, 기업 행사와 스폰서십, VIP 접객 공간까지 결합한다. 공연장, 영상관, 광고판, 기업 행사장이 한 건물에 들어간 셈이다.
라스베이거스라는 입지도 중요하다. 라스베이거스는 더 이상 카지노 수입만으로 설명되는 도시가 아니다. 호텔, 공연, 식음료, 쇼핑, 컨벤션, 스포츠 이벤트가 함께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로 바뀌어 왔다. 과거 라스베이거스가 카지노 옆에 쇼를 붙였다면, 스피어는 건물 자체를 쇼로 만든다. 스피어는 카지노 도시에서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확장한 라스베이거스의 최신 상징에 가깝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는 라스베이거스 스피어 운영사업과 MSG 네트워크스 방송사업을 함께 보유한 회사다. MSG 네트워크스는 지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한다. 다만 최근 시장의 관심은 지역 방송사업보다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 집중돼 있다.
스피어의 수익원은 콘서트 좌석 판매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관객에게는 콘서트 티켓과 스피어 익스피리언스 티켓을 팔고, 기업에는 외벽 LED 광고, 내부 브랜드 노출, 스폰서십, 기업 행사 대관 상품을 판다. VIP 스위트 사용료와 식음료, 굿즈 매출도 붙는다.
핵심은 스피어 익스피리언스다. 콘서트가 아니라 스피어 전용으로 만든 유료 몰입형 영상 콘텐츠다. 관객은 티켓을 사고 들어가 초대형 내부 화면, 입체 음향, 진동 좌석, 바람·안개·향기 같은 특수 효과를 함께 체험한다. 일반 영화관보다는 비싸고, 테마파크 어트랙션에 가까운 체험형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엑소스피어는 건물 바깥 LED 외벽, 스위트 라이선스는 VIP 접객 공간 사용권, 스폰서십은 기업 협찬·브랜드 광고 수익이다.
밖보다 안에서 보는 게 더 놀랍다…‘오즈’로 동심까지 잡았다
실적에서 확인된 성장 동력도 이 지점에 있다. 스피어를 처음 본 사람은 외벽 광고판이나 콘서트장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1분기 숫자를 보면 성장의 중심은 외벽 광고도, 콘서트도 아니었다. 자체 몰입형 콘텐츠인 스피어 익스피리언스가 스피어 부문 매출 증가의 가장 큰 축이었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의 2026년 1분기 전체 매출은 3억864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회사 전체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7860만달러 적자에서 72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라스베이거스 스피어 운영사업을 중심으로 한 스피어 부문은 아직 2490만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9380만달러 손실에서 적자 폭이 줄었고, 조정영업이익은 7430만달러로 늘었다.

스피어 부문 매출 증가분 1억840만달러 가운데 스피어 익스피리언스 관련 증가분은 8170만달러로 가장 컸다. 증가분의 약 75%가 자체 몰입형 콘텐츠에서 나온 셈이다. 이벤트 관련 매출 증가분은 2440만달러였다. 여기에는 브랜드 행사와 콘서트 레지던시가 포함된다. 반면 스폰서십, 엑소스피어 광고, 스위트 라이선스 증가분은 160만달러에 그쳤다. 외형상 가장 눈에 띄는 외벽 광고보다 내부 유료 콘텐츠가 실적 개선에 더 크게 기여한 것이다.
회사도 스피어 익스피리언스 매출 증가 배경으로 ‘더 위저드 오브 오즈 앳 스피어’의 회당 매출 증가를 제시했다. 1분기 스피어 익스피리언스는 오즈 209회 상영으로 구성됐다. 전년 동기에는 ‘포스트카드 프롬 어스’와 ‘V-U2: 언 이머시브 콘서트 필름’ 200회 상영이 반영됐다. 단순히 상영 횟수가 늘어난 것보다 회당 매출이 높아진 점이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제시된 셈이다.
‘더 위저드 오브 오즈 앳 스피어’는 1939년 고전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스피어용 몰입형 경험으로 재가공한 콘텐츠다. 지난해 8월 2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했고, 올해 3월에는 500회 상영을 넘겼다.
이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는 반복 가능성이다. 콘서트는 아티스트 일정에 의존한다. 반면 자체 몰입형 콘텐츠는 하루 여러 차례 상영할 수 있다. 영화관처럼 반복 상영하면서도 일반 영화관보다 높은 체험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스피어의 핵심은 공연장 하나를 지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초대형 어트랙션을 반복 상영 상품으로 만든 데 있다.
메탈리카·에비앙도 붙었지만…아직은 스피어 부문 적자
콘서트 라인업은 이 모델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는 메탈리카가 2026년 10월부터 24회 콘서트 레지던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스트리트 보이즈도 올여름 복귀해 전체 레지던시 공연 횟수를 56회로 늘릴 예정이다. 자체 콘텐츠가 반복 상영 수익을 만들고, 대형 아티스트 공연은 화제성과 객단가를 보강하는 구조다.
기업 광고와 스폰서십도 부가 수익원으로 붙는다. 회사는 에비앙과의 다년 스폰서십 계약을 지난 4월 발표하는 등 엑소스피어 광고주와 스폰서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1분기 숫자만 놓고 보면 광고·스폰서십·스위트 라이선스 증가분은 스피어 익스피리언스 증가분에 비해 작았다. 외벽 광고는 스피어의 상징성이지만, 이번 분기 실적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는 내부 콘텐츠였다.
다만 매출 확대가 곧바로 스피어 부문 영업흑자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스피어 부문 직접영업비용은 9920만달러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회사는 스피어 익스피리언스 관련 비용 증가 역시 오즈의 회당 비용 증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스피어 부문은 영업손실 249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손실 폭은 6890만달러 줄었다.
조정영업이익과 영업손익의 차이도 고비용 설비 사업이라는 특성을 보여준다. 스피어 부문은 1분기 조정영업이익 7430만달러를 냈지만, 회계상 영업손익은 적자였다. 대규모 설비에서 발생하는 감가상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1분기 스피어 부문 감가상각비는 8227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복 상영 콘텐츠의 매출 확대가 이 같은 고정비와 콘텐츠 비용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금융서비스사 BTIG는 스피어 엔터테인먼트 목표주가를 127달러에서 190달러로 상향했다. 시티즌스 JMP증권(Citizens JMP Securities)은 150달러에서 175달러로, 구겐하임증권(Guggenheim Securities)은 160달러에서 175달러로 각각 높였다. 월가가 주목한 것은 라스베이거스의 단일 관광 명소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을 콘텐츠·공연·행사·광고 자산으로 반복 판매하는 수익 모델로 분석된다.
아부다비·美 동부로 복제 시도…고비용 구조가 관건
향후 관건은 확장성이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는 아부다비 야스섬에 스피어 아부다비를 추진하고 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건설 단계에 17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완공 예상 시점은 2029년 말이다. 수용 인원은 행사 구성에 따라 최대 2만명 규모로 제시됐다. 몰입형 콘텐츠, 콘서트 레지던시, 스포츠 이벤트, 브랜드 행사를 열 수 있는 시설로 설계될 예정이다.
미국 동부에서는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가 후보지로 제시됐다. 스피어 엔터테인먼트와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스 카운티, 피터슨컴퍼니스는 올해 1월 내셔널하버에 6000석 규모의 소형 스피어를 개발하겠다는 의향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두 번째 스피어이자 첫 소형 설계 모델로 추진된다. 다만 아직은 개발 의향 발표 단계로, 주·지방정부 및 민간 인센티브와 관련 승인 절차가 전제돼 있다.
스피어 모델의 확장은 체인점 출점처럼 단순하지 않다. 스피어는 건설비와 운영비가 큰 고비용 사업이다. 도시별 인허가, 공공 지원, 교통 인프라, 빛 공해 논란도 따라붙는다. 런던 스피어가 빛 공해와 지역 주민 영향 논란 속에 무산된 전례는 이 사업이 기술과 콘텐츠만으로 확장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피어는 공연장인가, 영화관인가, 광고판인가. 숫자로 보면 셋 중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1분기 매출 성장을 이끈 것은 콘서트보다 자체 몰입형 콘텐츠였고, 외벽 광고는 부가 수익원으로 붙었다. 콘서트 레지던시와 브랜드 행사도 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인다.
스피어가 주식시장에서 받는 평가는 ‘라스베이거스의 신기한 건물’이라는 화제성을 넘어, 이 초대형 체험 공간을 반복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평가는 라스베이거스의 흥행이 아부다비와 미국 동부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고비용 구조를 감당할 만큼 콘텐츠와 광고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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