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안에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용 민간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들어갔으며, 출자를 약속한 기업 중엔 한국 기업이 포함됐다는 해외언론의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전체 기금 중 미국·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이미 1500억 달러가 넘는 자금 조달에 동의했으며 출자 약속 기업엔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 기업 등이 거론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전날 한 미국 고위급 당국자를 인용해 종전협상 과정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와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이 논의됐다고 전하며 한국 기업도 언급했다.

이란 반관영 메르통신도 지난 14일 이란 협상팀 수석 대표 명의로 된 설명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도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최소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 계획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은 서명식이 열리는 19일에 MOU 합의안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력 언론의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이 핵무기 포기, 농축우라늄 처리, 호르무즈 개방 등 미국 요구를 이행하면 경제 제재 면제, 동결자산 해제, 재건 기금 조달 등을 대가를 얻게 될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으로 관측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이 동맹국과의 협의도 없이 전쟁을 일방적으로 벌여놓고 이란이 주장하는 ‘배상금’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기금을 우방국 기업들의 돈으로 충당하는 모양새가 된다. 동맹국들의 참전을 줄곧 요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번엔 종전 ‘비용 청구서’를 내민 격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에겐 큰 부담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중동 재건 사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건설, 플랜트, 전력기기, 철강, 조선, 정보통신,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 및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강화해 제재 면제 범위와 법적 보장 장치를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 재건 기금 조성 및 집행 과정에 우리의 요구와 의견이 최대한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중동 정책 가변성과 정세 변동성에 따른 정치적 위험을 피하고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보장받는 장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란측과도 별도의 신뢰 구축 채널을 강화해 중동에서의 장기적인 사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재건 참여 기업에 대한 수출 금융 지원 전략을 세우고, 각 분야의 기업들도 컨소시엄 구성 등 실익을 극대화하는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재건 사업계획과 ‘신중동전략’을 수립·이행할 수 있는 정부 부처와 주요 기업 간 태스크포스(TF)같은 형식도 필요하다면 가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