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75%로 인상…대출 이자 부담 확대 불가피
2027년 최저임금 1만700원 의결…유가·원재료비도 상승 압력
소상공인 59.8% “하반기 경기 악화”…96.6%는 투자 계획 없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내수 부진에 시달려 온 소상공인들이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과 인건비 상승, 원재료비 및 에너지 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다중고’에 직면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여기에 최저임금은 3.7% 상승했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은 다시 격화 양상이다.
17일 중기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첫 인상이다. 한은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총 1.00%포인트 내린 뒤 8차례 연속 동결해 왔다. 관건은 한은이 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까지도 열어뒀다는 점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도 유의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당장 대출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선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이미 3%를 넘어섰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상승하게 되면, 조달금리가 상승한 은행권은 금리 상승분만큼을 대출금리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신규 대출과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도 시차를 두고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6일 발표한 ‘골목상권 소상공인 상반기 경기동향 및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서 응답자의 59.8%는 올해 하반기 사업 전반의 경기가 상반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자금 사정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도 58.4%였다. 매출 감소를 예상한 응답은 59.4%, 영업이익 감소 전망은 59.8%로 집계됐다. 하반기 투자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96.6%에 달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사업 확장이나 설비 투자보다 기존 점포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세탁소·미용실의 72.7%가 하반기 매출 감소를 예상했다. 부동산중개소는 70.0%, 학원은 68.0%, 호프·주점·포차는 63.3%가 매출 악화를 전망했다. 카페·베이커리는 매출 감소 전망이 41.2%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도 11.8%에 그쳤다.
소상공인들이 하반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여력 감소다. 경기 악화를 전망한 응답자의 60.9%는 고물가와 실질소득 하락에 따른 소비 위축을 꼽았다. 원재료비와 임차료, 인건비 등 운영비 상승을 지목한 비율은 23.5%였다. 이미 소비여력이 감소한 시장에 금리 인상 복병까지 가세하면서 ‘소비 위축’은 더 심화 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 인원이 있는 소상공인들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는 최저임금도 상향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월 환산액은 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 223만630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은 내년부터 발생하지만 외식업과 숙박업, 편의점 등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은 하반기부터 채용 규모와 영업시간, 내년도 인력 운용 계획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인건비가 오르면 영세 사업장은 직원 수나 근로시간을 줄이고 가족 노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소상공인업계의 주장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도 변수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충돌로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도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79.29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84.95달러를 기록해 다시 100달러 턱밑까지 올랐다.
유가 상승은 식재료와 포장재, 배달·물류비, 가스요금 등에 순차적으로 반영된다. 음식점이나 카페는 원재료와 배달비 부담이 커지고 세탁업과 숙박업은 세탁·냉난방 비용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오른 뒤 5월 3.1%, 6월 3.2%를 기록했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6월 3.4%까지 높아졌다. 물가가 오르면 점포 운영비가 증가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은 줄어드는 이중 부담이 발생한다.
전기요금도 잠재적인 비용 상승 요인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민생 부담 등을 고려해 주택용·일반용 요금 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발전 연료비가 늘면 한전이 비용을 우선 떠안지만, 한전의 재무 부담과 전력망 투자 수요 등을 모두 고려하면 하반기 이후 요금 인상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직접적인 현금 지원보다 고정비 절감 대책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소상공인 세제 혜택 확대를 꼽은 응답은 65.7%였다.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비용 부담 경감은 52.1%, 정책자금과 보증 확대 등 금융 지원은 43.6%,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부담 경감은 31.7%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와 인건비, 원재료비가 동시에 오르면 점포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절감에도 한계가 있다”며 “업종별 비용 구조를 반영한 세제·금융·에너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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