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진 이후 조사 결과 나와야 보상안 마련 가능
8700억원대 보험 들어놔, 수령까진 시간 걸려
주민 보상 거론 불보듯…“소송으로 이어질 수”
[헤럴드경제=박연수·강승연·부애리·박성준 기자]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가 닷새째 이어지면서 로켓그로스 입점 셀러(판매자)와 인근 주민들에 대한 보상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셀러들은 재고 손실은 물론, 판매 중단과 자금 경색이라는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다만 불을 완전히 잡아야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있어 쿠팡과 셀러 모두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로켓그로스 셀러들 ‘망연자실’…보상안 논의 본격화될 듯
생활용품과 장난감 등을 판매하는 로켓그로스 셀러 이모(32) 씨는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약 900개의 상품이 인천 물류센터에 있었다”라며 “원가 기준으로는 500~600만원, 판매가 기준으로는 1000만원이 넘는다. 예전에 입고했던 상품까지 확인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판매가 멈춰 다음 달 정산으로 비용을 메우는 구조가 흔들렸다”라며 “결국 모아둔 돈을 쓰거나 월급을 포기하면서 다시 상품을 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쿠팡 셀러 커뮤니티에는 이 씨처럼 재고 손실과 판매 공백 등을 우려하는 셀러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품절 상태가 이어지면서 어렵게 올린 검색 노출 순위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보상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데 지급할 비용이 걱정이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8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61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지만, 잔불이 남아 있어 진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완진 이후 합동조사단을 꾸려 발화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를 마치고 피해 상황이 명확하게 파악되면 보상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물류센터에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뿐만 아니라 로켓그로스 상품도 보관돼 있었다. 로켓그로스는 셀러가 상품을 쿠팡 물류센터에 맡기면 쿠팡이 보관·포장·배송을 대신하는 물류 대행 서비스다.
쿠팡은 지난 21일 윙 셀러센터 공지를 통해 화재 진압 이후 피해 상황을 확인해 보상안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셀러들에게 전달했다. 쿠팡 측은 “화재 진압이 완료되는 즉시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확인해 셀러들에게 정확한 현황과 향후 조치 계획을 안내하겠다”며 “운영 영향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얼마까지 보상받나…8700억 규모 보험 들어
이번 화재로 손실을 입은 셀러들에게 얼마나 보상을 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2021년 6월에 발생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도입하기 전이었다.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만 전소됐기 때문에 셀러 보상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현재 로켓그로스 재고 손실 보상 정책은 물류센터 내에서 발생한 상품 분실·파손에 대해 쿠팡이 판매수수료, 입·출고비 등 각종 비용을 뗀 실질 정산금을 산정해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컴퓨터·디지털·가전 300만원, 육아용품·주방·문구 150만원, 뷰티·의류·식품 100만원 등 카테고리별로 보상 한도가 정해져 있다.
셀러들의 재고 손실은 상당 부분 보험으로 메워질 전망이다. 불이 난 인천32물류센터에는 총 8700억원 규모(가입금액 기준)의 보험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물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 계열 부동산펀드가 건물 손해와 영업중단 손실을 담보하는 보험 약 4400억원에, 임차인인 쿠팡 측이 내부 재고·물류시설을 담보하는 보험 약 4300억원에 각각 가입했다. 위탁 판매 물량을 포함한 재고자산도 담보 대상에 들어가 있다. 계약 규모가 큰 만큼 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7개 손해보험사가 위험을 나눠 인수했고, 이들 중 일부는 국내외 재보험사에 넘겨 위험을 분산해 둔 상태다.
보험금 규모는 화재 원인 조사와 손해사정(보험사가 실제 피해액을 확정하는 절차)을 거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고를 담보하는 보험금은 쿠팡에 지급되는 것으로, 셀러 재고 보상은 쿠팡의 자체 보상 정책에 따라 별도로 진행된다.
시간도 걸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에 직접 타지 않았더라도 고열과 연기, 소화용수에 노출된 재고는 사실상 전손(모두 못 쓰게 된 상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만큼 실제 재고량과 훼손 정도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 손해액 확정까지는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액과 화재 원인이 확정돼야 보상 대상과 각 보험사의 부담이 정해진다”고 했다.
5년 전 화재 때는 주민 보상도…“소송 이어질 수도”
2021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때는 인근 주민들에 대한 보상안이 마련됐다. 서비스 권역이 아니었던 마장면 일대 300여 가구에 로켓배송 지원과 주민 건강검진, 화재 관련 진료비 지원, 덕평1리 농작물 전량 매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른 수질·토양오염 보상, 비산물 처리 등을 약속했다. 소화수로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주민 반발이 제기됐고, 쿠팡이 의뢰한 민간 수질 검사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이번에도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안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화재 발생 이후 붕괴 등의 우려로 현장 반경 116m 이내를 대상으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지난 20일 오후 11시를 기해 대피령이 해제됐지만, 연기나 분진 피해를 우려한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특히 쿠팡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화재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나오게 되면 보상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확한 손실액은 화재가 진압된 후 원인 분석이 이뤄져야 알 수 있다”면서 “법적 위반이나 관리 미비 사항 등에 따라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고 내다봤다.
쿠팡이 입을 손해도 막대하다. 소방방재청훈령 ‘화재조사 및 보고 규정’에 명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손실액은 단위 면적당 공사비·잔가율·손해율 등을 적용해 산정한다. 명확한 손실액은 조사가 끝나야 나오겠지만, 인천 물류센터가 2023년 준공된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잔가율이 적용될 수 있다. 손해율은 주요 구조체의 재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통상 90~100%가 적용된다. 불이 난 6~8층(단순 계산 11만2125㎡)이 사실상 전소된 것으로 가정할 경우 건물 피해액만 약 790억~92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보다 규모가 작은 덕평물류센터(12만7178㎡)는 전소되면서 2억9600만달러, 당시 환율로 3400억원가량의 손실을 떠안았다. 재고손실 1억5800만달러, 부동산·설비 손실 1억2700만달러, 기타손실 1100만달러다. 화재 당해 쿠팡 영업적자는 14억9396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물류센터여서 건물 가치가 높아 피해액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종 손실은 건물보다 내부 적재 상품과 자동화 설비 등 내용물 피해 규모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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