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0명 중 7명 ‘강남 3구’ 몰려

주택연금 가입 사각지대 은퇴층 수요↑

연금 수령액, 집값 넘어도 평생 지급

배우자 노후에 상속 플랜으로도 활용

상속 원하는 자녀와 충분한 상의 필수

“어머니 용돈도 계속 드려야 하는데 저도 곧 퇴직이라 막막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60대 김모 씨는 은퇴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태왔지만 자신의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부모 부양까지 감당하기가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집 한 채를 보유한 ‘집 부자’였지만 정작 노후에 쓸 현금은 넉넉치 않다. 집을 처분하거나 이사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이웃의 추천으로 민간 주택연금 상품에 가입해 매달 600만원이 넘는 생활자금을 마련했다.

고가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집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기보다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강남 아파트처럼 가격 상승 기대가 큰 주택일수록 상속을 우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자녀 지원과 부모 부양을 동시에 책임지는 ‘낀 세대’가 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집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베이비부머 은퇴자를 중심으로 부동산에 묶인 자산을 활용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5월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공시지가 12억원 초과 주택 대상 역모기지론 상품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김주회 하나생명 경영기획본부 상무와 함께 실제 가입 사례를 살펴보고 상품 활용법을 살펴봤다.

▶10명 중 7명 ‘강남3구’ 몰렸다=본지가 하나금융그룹을 통해 확인한 내집연금 가입 현황에 따르면 강남3구 가입자는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강남구가 29%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22%, 송파구 21% 순이었다. 이어 용산구(8%), 성동구(7%), 마포구(4%), 경기 성남시 분당구(3%) 등이 뒤를 이었다.

고가 주택을 보유했지만 공적 주택연금 가입이 어려웠던 은퇴층의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해석된다.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만 가입할 수 있다. 서울 공동주택 278만가구 가운데약 41만5000가구(14.9%)는 공시가격이 12억원을 넘어 ‘주택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내집연금은 만 55세 이상이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상품이다.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260명을 확보했으며 가입 주택 가액은 약 3300억원이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약 690만원이다. 대출금리는 직전월 10년 만기 국고채의 1개월 평균금리에 가산금리 1.3%포인트를 더한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이자는 매달 내지 않고 대출잔액에 더해진다. 향후 주택을 매각하면 매각대금에서 누적 대출원금과 이자를 뺀 나머지가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가입 시점이 늦을수록 월 수령액이 늘어나는 만큼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6세로 예상보다 높았다. 상품 출시 당시에는 60대 중반의 가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70대 중후반이 주를 이뤘다. 집값이 충분히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거나 부동산시장이 불안할 때 가입 문의가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담보대출 부담 큰 은퇴자일수록 효과 ‘톡톡’=내집연금은 은퇴 후에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고가 주택 보유자의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일시인출금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상환한 뒤 매달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실제 매달 2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던 한 은퇴자는 내집연금 가입 후 일시인출금으로 대출을 상환했다. 이후 매달 연금을 받으면서 마이너스였던 현금흐름을 월 500만원 수준의 플러스로 전환했다.

연금 지급 방식은 매월 같은 금액을 받는 ‘정액형’, 초기 일정 기간 더 많은 받고 이후 수령액이 줄어드는 ‘초기 증액형’, 3년마다 월 지급금이 4.5%씩 늘어나는 ‘정기 증가형’으로 나뉜다.

월 연금 수령액도 생활 수준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월 700만~800만원을 받을 수 있어도 “생활비로 200만~300만원 정도만 추가되면 충분하다”며 수령액을 낮춰 가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필요한 만큼만 받으면 대출 규모와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자녀에게 남길 재산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월 수령액을 높여 보다 여유로운 노후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지난 4월 대출 한도를 세분화해 가입자가 월 연금 수령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개편했다. 총연금 수령 가능액은 주택가격의 50% 이내에서 5억원·7억원·10억원·13억원·15억원 등으로 구분해 선택할 수 있다.

▶집값보다 많이 받아도 평생 지급=내집연금은 연금 수령액이 주택가격을 넘어도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는 비(非)소구 방식으로 설계됐다. 부부가 모두 사망한 뒤 주택을 매각했을 때 매각대금이 대출잔액보다 적더라도 상속인에게 부족한 금액을 청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대출잔액을 갚고 남은 금액은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상속인이 대출 잔액을 상환하면 주택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다.

배우자를 위한 노후 안전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을 가입자로, 다른 배우자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하면 가입자가 먼저 사망해도 배우자는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던 70대 한 가입자는 상담 과정에서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도 아내가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배우자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하면 평생 연금이 이어진다는 설명을 들은 그는 가입을 결정했고 몇 달 뒤 세상을 떠났다. 현재 배우자는 계약에 따라 매달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자녀가 임의로 해지할 수 없다. 가입 과정에서 상속인의 동의를 받기 때문에 향후 상속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일종의 유언신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입 전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야=가입 전에는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상담 도중 가입을 포기하는 사례 가운데 상당수는 부모와 자녀의 의견 차이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는 집값 상승에 따른 상속을 기대하지만 부모는 주택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려는 경우다.

중도 해지 수수료가 없어 계약을 해지한 뒤 다시 가입할 수도 있다. 다만 재가입하면 신규 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집값의 1% 수준인 초기 보증료를 다시 내야 한다. 집값 상승에 따른 연금액 증가만 기대하기보다 추가 수령액과 초기 보증료 등 비용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