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의결 결과

정기검사·추적관찰, 유병자보험 고지의무 비해당

간편심사보험 계약전 알릴의무 범위 명확화

질병으로 인한 입원도 병증·경위 등 인정돼야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 신청인 A씨는 2023년 4월 간편심사보험을 가입한 뒤 이듬해 7월 B병원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아 피신청인 C보험사에 특정암진단비 지급을 청구했다.

A씨는 보험가입 3개월 이내인 2023년 3월 14일 D병원에서 ‘두 달 후 혈액검사 권유’를 받은 바 있는데, 보험사는 이 사실이 고지의무 대상인 3개월 이내 ‘추가검사 필요소견’에 해당함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와 보험금 부지급을 통보했다.

당시 A씨는 건강검진 결과 혈소판 감소 소견에 따라 2023년 1월 14일 혈액검사를 받은 뒤 같은 달 25일 추가적으로 골수검사를 받았으나 3월 14일 골수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은 상태였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병증 치료 없이 경과만 확인하는 정기검사나 추적관찰은 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의 청약서상 고지의무 대상인 ‘추가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추가검사의 의미를 명확히 함에 따라 향후 유사 분쟁의 예방이 기대된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24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보험의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 관련 분쟁 2건에 대해 조정 결정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우선 A씨의 사건은 약관에 따른 특정암진단비 지급과 관련해 신청인의 혈액검사가 고지의무 대상인 추가검사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판례에 따르면 추가검사는 어느 하나의 검사를 한 후에 그 결과에 따라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를 의미한다. 금감원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추가검사는 이상소견이 확인돼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시행한 검사를 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A씨의 혈액검사는 혈소판 수치의 추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경과) 관찰로 청약서상 추가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골수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혈소판 수치의 단순관찰을 위해 일반혈액검사를 권유받은 점 ▷혈소판감소증 관련 치료나 처방을 받지 않았고 혈소판 수치 역시 안정적이었던 점 ▷일반혈액검사는 골수검사와 같이 혈소판 감소의 원인질환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정밀검사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대한 해석과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논의·의결도 이뤄졌다.

신청인 E씨는 2022년 3월 간편심사보험 가입 후 2024년 1~2월 F병원에서 G병 등으로 입원해 피신청인 H보험사에 간병인 사용 질병입원일당 보험금을 청구했다. 당시 E씨는 왼쪽 손목으로 벽을 짚으면서 넘어진 뒤 발생한 통증 등으로 입원했으며 G병으로 인한 합병증 치료를 받으며 간병인을 사용했다.

E씨는 보험가입 이전인 2019년 12월과 2021년 4월 I병원에서 ‘J신약의 투약효과를 시험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각 1박 2일씩 총 4일 입원한 사실이 있는데, 보험사는 이 사실이 고지의무 대상인 3년 이내의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해당함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와 보험금 부지급을 통보했다.

J신약 임상시험 관련 입원 당시 E씨의 주치의는 ‘G병 치료를 위한 입원이 아니고 임상시험 진행과 검사를 위한 입원’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분조위에 따르면 법원은 질병으로 인한 입원의 해석이 문제된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입원 당시 환자의 병증, 입원 경위, 의료행위 내용 등을 고려한다. 이에 질병으로 인한 입원은 ‘질병의 증상으로 인해 통상적인 입원치료나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돼 병원에 체류하는 경우’로 해석된다고 봤다.

E씨의 병증은 통원치료로 관리가능한 상태였음에도 임상시험을 위해 입원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본건 입원은 질병으로 인한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입원경위입원기록지에 입원의 목적이 임상시험으로 기재되고 치료 목적의 입원이 아니었다는 진단서가 발급된 점 ▷신청인의 병증본건 입원 당시 기존 치료약을 통한 통원치료로 관리가 가능한 상태였던 점 ▷처치내역임상시험 계획서에 따라 참여자에게 동일한 투약과 혈액채취가 이뤄져 개별 치료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조정 결정은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성립된다.

가입 심사 기준을 낮춘 간편심사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 규모는 상반기 13조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실적의 4분의 3가량을 채웠다. 올해 연간으로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편심사보험에 대해 보험사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보험금 지급 관행이 정착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분조위를 적극 개최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