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70.6% 주식매매계약 체결

두산, 반도체 전공정까지 포트폴리오 강화

“상장 않을 것…주주가치제고 노력”

SK는 재무건전성 제고·성장 재원 확보

두산그룹 사옥 [두산 제공]
두산그룹 사옥 [두산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두산이 반도체 웨이퍼 글로벌 3위 기업인 SK실트론을 약 2조3000억원에 품으며 반도체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한다. 기존 후공정(테스트) 중심에서 핵심 소재인 웨이퍼 제조(전공정) 영역까지 아우르며, 그룹 핵심 축인 반도체 및 첨단소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SK㈜와 ㈜두산은 3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실트론 지분 70.6%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SK㈜는 기업 성장 가능성, 고용 안정, 인수 조건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최종 매매대금은 향후 조정 과정 등을 거쳐 확정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SPA 체결까지 7개월이 넘게 걸리며 일각에서는 매각 무산 관측도 제기됐다.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로 SK실트론의 기업 가치가 재평가된 데다, SK의 AI 중심 사업 전략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기조와 양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어간 끝에 이날 최종 결실을 맺었다.

이번 빅딜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과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SK㈜는 지분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글로벌 톱3 경쟁력 갖춘 국내 유일 웨이퍼 기업

1983년 설립된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실리콘(Si) 웨이퍼 제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7년 SK그룹 편입 이후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성장했으며, 12인치(300mm급) 웨이퍼 시장 기준 글로벌 3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기판이 되는 웨이퍼는 전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쳐 수율을 좌우하는 고부가가치 핵심 소재다. 기술과 품질 장벽이 높아 SK실트론을 포함한 5개사(신에츠화학, 섬코, 글로벌웨이퍼스, 실트로닉)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웃돌았다. 한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하는 SK실트론 미국법인은 청산하기로 했다

두산, 반도체 전공정까지 확장…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사업형 지주회사인 ㈜두산은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한다. 두산그룹은 기존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등) ▷스마트 머신(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반도체 및 첨단소재(㈜두산 전자BG, 두산테스나 등)를 주요 축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 2022년 반도체 테스트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후공정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 SK실트론 인수로 전공정 영역까지 진출하게 됐다.

SK실트론 구미2공장 전경 [SK실트론 제공]
SK실트론 구미2공장 전경 [SK실트론 제공]

최근 AI 가속기용 CCL(동박적층판) 공급 확대에 힘입어 자체사업(전자BG)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진입장벽이 높은 웨이퍼 사업을 추가해 지속가능한 수익구조와 안정적 배당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상장 유지 속 2031년 매출 3조원 목표

㈜두산은 인수 후 SK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고 보유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시장 성장으로, 웨이퍼 수요는 2032년까지 연 7%대 수준의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이런 시장 성장을 기반으로 오는 2031년 SK실트론의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메모리용 웨이퍼 분야에서는 기존 핵심 고객 거래 확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통해 글로벌 ‘Top 2’ 달성을 추진한다. 아울러 일본 2개사(신에츠화학, 섬코)가 독점해 온 비메모리용 웨이퍼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고객 확보를 통해 점유율을 올려갈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두산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