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생후 사흘 만에 산부인과에서 숨진 신생아의 부모가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하고 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박정기 부장판사)는 숨진 신생아의 부모 등이 담당 의사 A씨와 산부인과 병원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액 5억4000여만원을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A씨와 병원장이 공동으로 부모에게 해당 금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병원과 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 역시 5000만원 한도 내에서 공동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외할머니가 청구한 위자료에 대해서는 일부만 받아들여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숨진 신생아는 2024년 1월16일 태어난 뒤 병원 신생아실에서 지내며 수유와 검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틀 뒤인 18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약 8시간 동안 6차례에 걸쳐 총 270㎖의 수유가 이뤄졌다.
이후 19일 오전 5시쯔 신생아는 전신 청색증과 무호흡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 측은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신생아는 이미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결국 같은 날 오전 7시쯤 숨졌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과다 수유로 인해 구토물이 기도를 막으면서 저산소증이 발생했고, 이후 의료진의 응급조치 미흡이 더해져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생아의 위 크기와 1회 권고 수유량 등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수유가 이뤄졌다”며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위반한 채 편의에 따른 수유를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응급상황 이후 병원 측 대응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생아에게 청색증과 심정지가 발생했음에도 상태 확인 후 약 30분이 지나서야 119 신고가 이뤄졌다”며 “의사만 시행할 수 있는 기관내삽관을 간호사가 시도하다 실패해 응급조치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또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도 신생아 가이드라인인 3대1 비율이 아닌 성인 방식인 2대1 비율을 적용하는 등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과다 수유 사실이 없고 사망 원인은 기도 폐색에 따른 질식사가 아닌 영아돌연사증후군”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다 수유 과실과 구토물 흡입에 따른 기도 폐색성 질식사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이상, 막연한 영아돌연사증후군 가능성만으로 이를 뒤집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영아돌연사증후군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신생아의 생명을 보존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담당 의사 등이 관련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신생아 관리 과정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된 것”이라며 민사상 과실 판단과는 별개라고 봤다.
피고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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