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여름 한낮을 울음으로 태운다. 죽을 듯이 질러 대 더위를 더 덥게 한다. 짜증 나지만 그는 목청껏 울어도 된다. 7년여를 땅 밑에서 애벌레로 있었는데, 기껏 7일 정도 나무에 붙어 소리를 내다 가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 소리에는 생사까지 달렸다. 곡조에 빠져든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 나면 나무 밑으로 떨어져 삶을 마친다.
결코 시끄럽다고 타박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시골 매미는 달랐던 것 같다. 자장가 불러주는 할머니 목소리였다. 그래서 그늘이 큰 정자나무 아래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맴-맴-맴-맴-매애멤 소리에 스르르 잠에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서울 매미는 아닌 것 같다. 매일 고함질하면서 휴식을 깨는 훼방꾼이고 낮밤 없는 샤우팅으로 잠을 설치게 한다.
매미 탓일까. 아니다. 사람 탓이다. 매미는 원래 여름 한낮 신나게 울다가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동작을 멈춘다. 인적 드문 시골은 사위가 고요하니 소리도 내린다. 굳이 목청을 돋우지 않아도 짝이 알아서 찾아온다. 감성을 깨우는 발라드 가수가 된다.
도시 매미는 처절하다. 사람 소리, 자동차 소리, 다투는 소리, 일하는 소리 등 많은 소음에 뒤덮여 있다. 그 소리들을 눌러야 사랑을 찾을 수 있다. 목젖이 부어오를 때까지 아우성치고 외쳐야 겨우 뜻을 이룰 수 있다. 밤에도 쉬지 못한다. 불빛이 일제히 타올라 해가 진 줄 모르게 한다.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니 잠을 깨우는 록커 매미가 아니 될 수 없다.
느낌만 그런 게 아니다. 실험 결과 도시 매미의 데시벨이 시골 매미의 2배 가까이 되었다.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소리가 소리를 잡아먹는다. 소리는 일단 크고 봐야 한다며 핏대를 올린다. 상대의 소리는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른 소리, 우기는 소리, 헐뜯는 소리가 뒤섞여 어지러이 귀청을 때린다. 옆에서 보면 그놈이 그놈인데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수록 더 커진다. 오래전에는 비교적 단순했다. 큰 소리로 싸우다가도 더러는 한발씩 물러나 미안하다고 했다. 낮에 멱살잡이까지 했지만, 밤엔 차분해져 어깨동무하며 함께 가자고 했다. 다르면서도 이해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게 사라졌다. 아마도 정치가 편 가르기 하고 우리 편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며 사람들을 부추기기 시작할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 바람에 덕분에, 괜찮아, 사랑해, 고마워, 수고했어, 다 함께 등 아름다운 소리들이 천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시끄럽다지만 매미는 해충은 아니다. 수액 빼놓곤 특별히 먹는 것도 없고, 살 집도 따로 짓지 않는다. 집도 절도 없이 노래하다가 때가 되면 반드시 간다. 암컷도 나무 둥지 깊숙한 곳에 알을 낳고 나면 한 생을 마친다. 더위가 숨을 죽이고 8월이 가면 세상의 모든 매미가 자연의 순리대로 사라진다. 그래서 옛날 선비들은 매미가 다섯 가지 덕을 갖추었다며 칭찬했다. 싸움박질을 일삼으며 널리 세상을 해롭게 하는 요즘 모리배와는 격이 다르다.
덥다 덥다고 해도 여름은 간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쯤이면 벌써 맴맴 소리가 그리울지도 모른다. 우리 세상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한여름 밤의 헛되고 헛된 꿈이지 싶지만, 사는 게 너무 팍팍해서 아니 바랄 수가 없다.
이영만 전 대표이사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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