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측 변호사에 1500만원 배상 책임
진실공방 당시 왜곡된 녹취록 배포 책임 인정
누명 벗은 기성용…경찰은 “의혹 증거 불충분”
기성용이 낸 소송 1심은 폭로자들에 1억 배상 책임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전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포항 스틸러스)에 대해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던 폭로자 측의 변호사가 기성용 측 변호사에게 1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최근 나왔다. 진실공방이 벌어졌을 당시 폭로자 측 변호사가 왜곡된 녹취록을 배포해 기성용 측 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변호사로서 직무를 위반한 책임이 인정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부(부장 서창석)는 기성용 측 법률대리를 맡았던 송상엽 변호사가 폭로자 측 박지훈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지난달 8일 ‘박 변호사가 송 변호사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앞서 1심에선 5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는데 2심에서 배상액이 늘었다.
시간은 지난 202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성용의 초등학교 후배 2명이 과거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중 기성용 등 선배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 주장했다. 이후 기성용 측은 결백을 주장하며 맞섰다.
당시 양측 모두 녹취록, 입장문, 초등학교 동문의 증언, 반박·재반박이 이어지며 사건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흘렀다.
그러던 2021년 6월 폭로자 측 박 변호사는 “기성용 측 변호사가 돌연 찾아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태도로 57차례나 사과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모종의 거래까지 제안했다”며 “추악한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박 변호사는 대화 녹음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기성용 측 변호사의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나 왜곡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성용 측은 조사에 성실히 임해주기 바란다. 판결은 여론이 아니라 사법기관이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성용 측 송 변호사는 “폭로자 측에 용서를 구한 게 아니라 사임하면서 서로 쌓인 감정을 풀려고 했던 것”이라며 “마치 기성용에 약점이 있어서 사임하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 부분과 관련한 논쟁은 별도의 소송전으로 번졌다. 송 변호사는 2024년 박 변호사를 상대로 1억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박 변호사는 송 변호사를 상대로 역시 1억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박 변호사가 송 변호사에게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녹취파일 전체 어디에도 기성용 측 변호사가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폭로자 측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폭로자 측 변호사의 이러한 행위는 구체적인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이미 해당 행위로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에서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처분을 받은 것도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폭로자 측 변호사의 행위로 기성용 측 변호사의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보도자료 배포는 그 자체로 변호사로서 직무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대화를 동의 없이 녹취했을 뿐 아니라 대화 중 일부 내용을 삭제한 녹취록을 만들어 동의 없이 공개하고 SNS에 게시했다”며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합리성과 상당성이 없는 행위로서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송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배상액도 1500만원으로 늘었다.
2심 재판부는 “폭로자 측 변호사가 배포한 녹취록이 대화내용의 전체적인 취지가 상당히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며 “SNS 뿐 아니라 관련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본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도록 하기 위해 법원을 기망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손해배상액을 올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폭로자 측 변호사가 불복해 대법원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2023년 8월 기성용이 후배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냈다. 아울러 기성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던 2명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사사건과 별개로 기성용이 자신에 대해 의혹 제기했던 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 1심에선 지난해 7월 기성용이 승소했다. 법원은 ‘후배 2명이 공동으로 기성용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기성용은 앞서 지난해 이 사태와 관련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4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다. 허위사실로 인해 오해와 조롱을 받고 치욕스럽고 억울한 삶을 사는 것은 죽기보다 힘든 일이었다”는 심경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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