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66년생..고령층 61년생 ‘심신 팔팔’

엄청난 노하우,경험..사장(死藏)되는 현실

잘 활용땐 지역 돈 불리고, 가치 키운다

안정민의원 원주 성공담, 도 전체로 확산 주도

자문역 등 역할은 청년 일자리와도 안겹쳐

“그거,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고령층은 갑 속에 든 칼이다. 놀고 있지만 많은 무기를 갖고 있는 한국의 자산이다.[헤럴드DB]
“그거,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고령층은 갑 속에 든 칼이다. 놀고 있지만 많은 무기를 갖고 있는 한국의 자산이다.[헤럴드DB]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정년퇴직을 시작한 1966년생들의 푸른 지식과 황금색 경험은 지금도 팔팔하다.

베이비붐 이후 세대, 즉 합리성을 몸에 익히고, 장돌 대신 키보드로 정치지도를 바꾸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락 발라드, 현대추상화의 미학까지 아는 세대의 첫 은퇴이다.

이들보다 5살 많은 1961년생들, IT붐 1세대인 이들의 40여년 직장생활 노하우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 그 중심에서 섰던, 산업화 드라이브의 주니어 일꾼이던 ‘넥타이부대’ 1958년 개띠들의 열정과 위기극복 능력은 지금도 여전하다.

선생님 출신은 마을의 훌륭한 인문학 강사가 될 수 있고, 금융권 출신은 현직 후배들이 놓치고 있는 투자의 빈틈을 메꿔줄 수 있다.

중앙 정계와 관계에 몸 담았다가 낙향한 전직 정관계 인사는 지역의 숙원사업을 하소연하고 이를 들어줄 정책담당자의 사무실 앞까지 인도할 네트워크를 여전히 갖고 있다.

관광업계 출신 선배는 지역의 매력을 더 잘 발굴하는 것을 도와주고, 대기업에서 오래 일해본 출향 선배는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사회계약과 협상의 노하우를 고향 후배들에게 일러줄 수 있는 것이다.

1961년생들은 노인정에서도 “새파란 놈이 여길 오냐”면서 환영받지 못하는 마을의 중간층이다. 할 일은 없고, 후배들은 이유없이 소식을 끊으니, 팔팔한 힘과 기억력, 업무능력을 갖고도 참으로 어이없는 나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강원도의회 안정민 의원
강원도의회 안정민 의원

강원특별자치도 도의회에서 “고령층은 위기의 대상이 아닌 소중한 자산”이라는 선언이 나와, 이를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신한 발상이 아닐수 없다. 참 잘하는 일이다. 그간 이 생각을 왜 못했을까 싶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안정민 의원(원주8, 더불어민주당)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위기 극복을 위해, 노년층의 경험과 지혜를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강원형 선배시민 정책’을 제안했다.

안 의원은 11일 열린 ‘2026년 강원선배시민 정책콘서트’에서 강원도의 고령화 현황과 선배시민 정책에 대한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원주시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원주시 선배시민 지원 조례’ 제정 과정과 내용을 소개하며 도 차원의 제도척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 의원은 도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6년 7월 기준 27.8%에 달하고 도내 18개 시군 모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실을 짚으며, 노인 인구를 이제는 단순한 돌봄과 복지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주체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주시 선배시민 지원 조례’에는 65세 이상 원주시민의 교육과 공동체 참여, 프로그램 개발, 기관 연계, 강사 양성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강원도 전체로 확대해 ▷18개 시군 통합 지원체계 구축 ▷선배시민 주도 정책 의제 발굴·기획·평가 ▷교육·자원봉사·모니터링 연계 ▷선배·후배시민이 함께하는 세대통합형 사업 시행 등을 도 조례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12대 강원도의회 의원들
12대 강원도의회 의원들

안 의원은 “선배시민 정책은 어르신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에서 어르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정책”이라며 “원주시의원 시절 시작한 고민을 강원도 전체로 확대해 선배시민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물론, 고령층이 선배랍시고 폼만 잡으려 한다면 안 의원의 실험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의 가치를 애써 평가절하하려고 했던 일부 4050세대들이 좋은 빌미를 잡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 대다수 은퇴자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혔다. 기력은 있는데 무기력을 느낄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신을 돌아본다.

힘은 넘치는데 놀고 있는 자신을 가치있게 해주는 후배들이 고맙기 때문에, 2050세대들과 잘 화합할 가능성은 99%에 가깝다.

자문·기획 위원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청년 일자리와 겹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세대갈등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수도 있을 것이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