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차단 예고에 금융당국 대응책 마련
대체수단 구축까지 단계적 제한 필요성 공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금융당국이 대법원의 스크래핑 차단 예고에 따른 금융서비스 차질을 막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비대면 금융업무에 혼선이 없도록 대체수단을 마련한 뒤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금융협회, 금융회사, 금융감독원 등과 ‘스크래핑 차단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를 열고 대법원과 행정기관의 스크래핑 제한이 금융서비스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는 대법원이 오는 20일부터 등기·가족관계등록 시스템의 스크래핑을 차단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마련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자동화 프로그램의 반복 접속에 따른 시스템 과부하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을 이유로 스크래핑 제한 방침을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대체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크래핑이 중단될 경우 비대면 금융거래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크래핑은 고객의 동의와 인증을 받아 금융회사 프로그램이 행정기관이나 대법원 시스템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현재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심사 과정에서 가족관계나 혼인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스크래핑을 활용하고 있다. 미성년 자녀의 계좌 개설이나 상속인 조회도 마찬가지다. 기존 방식이 갑자기 막히면 고객이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직접 발급해 제출해야 하고 금융회사 역시 이를 별도로 확인해야 해 업무 처리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영업점이 적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금융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의 자격을 확인할 때 스크래핑을 활용하고 있다. 차단이 현실화되면 주택구입이나 전세자금 지원 심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금융위·행정안전부와 함께 금융권의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대법원에 차단 조치 유예를 요청한 상태다. 개인정보위는 대법원이 국민 불편 등을 고려해 한시적인 유예 방안을 다시 안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공공부문의 스크래핑이 모두 일괄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본인전송요구권이 시행되지만 개인정보위는 스크래핑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보 보유기관과 사업자가 정보 범위와 접근·인증 방식, 개인정보 보호조치 등을 사전에 협의하면 일정 기간 기존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스크래핑을 공공 마이데이터나 API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당국의 방향이다. 공공 마이데이터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행정기관이 보유한 본인 정보를 금융회사 등에 전자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다. API는 기관끼리 정해진 규격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주고받는 방식이다.
다만 금융권이 현재 스크래핑으로 확인하는 다양한 행정정보를 단기간에 모두 새 방식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정보 보유기관과 금융회사 간 시스템 연계와 보안체계 정비 등이 필요한 만큼 일정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되 금융서비스 공백과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수단을 충분히 마련한 뒤 스크래핑 제한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는 “스크래핑 제한으로 인해 국민의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금융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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