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RSU 지급’ 명목 자사주 처분 올해만 54건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예고하자 급증
코스피보다 창업자 지분 낮은 코스닥서 자사주 처분 더 많아
전문가 “지배주주에도 줄 수 있는 RSU 적정 규제해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가 기업들에 자사주 소각을 강제한 이후,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처분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에 쓴 사례가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보다 자사주 소각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더 뚜렷했다. 이에 일각에선 당초 정부가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으로 유도하려 했던 주주환원 효과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 법제화’ 예고하자…RSU 3배 늘어
13일 헤럴드경제가 지난 3년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자사주 처분계획 137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1~7월 345건 가운데 54건이 처분 목적을 ‘RSU’로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제화를 예고한 2025년을 기준으로 보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2024년 같은 기간 16건에 불과했던 자사주처분 RSU는 이듬해 33건으로 2배 불어났고, 올해는 3배로 늘었다. 전체 자사주 처분계획 중에서 RSU 지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3%에서 14.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RSU를 그 대체 수단로 활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앞서 정부가 ‘임직원 보상’으로 쓸 경우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예외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RSU는 임직원이 성과 등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회사가 부여하는 주식으로, 처분계획 공시 이후 실제 지급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이 당장 지배력을 잃을 리스크가 없는 RSU를 자사주 소각 우회로로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들 부랴부랴 RSU 도입…증가폭 5배
자사주를 처분해 RSU로 지급하는 현상은 특히 중소기업에서 증가 폭이 더 컸다. 자사주처분계획 공시를 시장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2024년 1~7월 RSU를 그 목적으로 명시한 코스피 기업은 전체의 10.8%(8건), 코스닥 기업은 5.8%(8건)이다. 올해는 이 비율이 코스피 기업은 12.1%(17건), 코스닥은 16.7%(37건)에 달했다. 코스닥에서만 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코넥스 시장에서 RSU를 지급한 사례는 없었다.
업계에선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타격이 대기업보다 큰 중소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회피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IT 벤처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은 외부 투자를 받아 성장해 창업자 비율이 대기업 대비 훨씬 낮은 편”이라며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아예 무상으로 주식을 주는 것이라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 있지만 자사주 소각 방법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상장사에 적용된다. 상법 개정 과정에서 재계는 일부 중소기업은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자사주 소각 회피…주주환원 효과 퇴색”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RSU 지급에 쓰면서, 당초 정부가 노렸던 주주환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처분해 RSU로 지급하는 것은 기업들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찾을 수 있는 최대한의 꼼수”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RSU는 지배주주에 지급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 스톡옵션과 달리 지급 대상에 제한이 없어 사익 추구 여지 역시 크다”고 설명했다. 그간 기업들은 자사주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사주 소각을 강제해 이를 막겠다던 개정 취지마저 흐려졌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지난 2023년 연구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 과반(65.5%)이 임직원 성과 보상에 써 주주환원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은 기업 재량에 따라 처분되면서 주주 간 형평성을 침해하거나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이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상법 개정 후 시장 반응에 대해 별도로 감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정 상법 시행 상황에 대해선 법무부가 금융위원회를 통해 의견 조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역시 “자사주 소각 현황에 대해선 별도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선 주주환원 확대가 목적이었던 개정 상법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은 재계를 비롯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임에도 뚜렷한 주관 부처가 없어, 3차례 이르는 ‘대수술’ 이후 필수적임에도 개정 이후 부작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