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에서 ‘멀티메탈 통합제련’ 기업 진화
‘글로벌 핵심광물 플랫폼 기업’ 외연 확장
美 공급망 구축 투자 ‘프로젝트 크루서블’
아연·연을 만들던 고려아연이 52년간 쉼없는 기술 개발 노력으로 금·은·동을 넘어 갈륨·게르마늄·인듐·안티모니까지 생산·회수하는 ‘멀티메탈 통합제련’ 기업으로 진화했다.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이 이 기술력에 주목하면서 고려아연의 반세기 축적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00년 1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10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6년 넘게 단 한 차례도 분기 적자를 내지 않은 셈이다.
올해 2분기에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58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26.8% 증가했다.
폭넓은 금속 포트폴리오가 장기간 흑자를 이어온 배경이다. 올해 2분기에는 금·은 가격이 약세를 보였지만 아연과 희소금속 가격 강세, 구리 판매 확대가 빈자리를 채웠다. 인듐 판매량도 전분기보다 51% 증가했다.
특정 금속 가격이 흔들려도 다른 제품의 가격과 판매량, 회수율로 충격을 흡수하는 사업 구조가 튼튼한 체력의 기반이 됐다.
이 같은 ‘이익 체력’의 뿌리는 52년에 걸친 기술과 원료 경쟁력에 있다. 고려아연은 1974년 최기호 창업주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불모지에서 제련사업에 뛰어들며 출발했다.
이후 세 아들인 최창걸·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아 각각 경영 기반과 제련 기술, 원료 공급망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최창영 명예회장은 제련 잔재에서 유가금속을 추가로 회수하는 TSL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에서 금·은·동과 각종 희소금속까지 하나의 공정에서 함께 생산·회수하는 ‘멀티메탈 통합제련’ 체계로 발전했다.
최윤범(사진) 회장 체제에서는 선대가 쌓은 통합제련 경쟁력을 핵심광물로 확장하고 있다. 핵심광물 회수율은 과거 60%대에서 80%대로 높아졌다. 2028년까지 동 생산능력을 연 15만톤으로 늘리고 갈륨·게르마늄 생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전통 제련기업에서 ‘글로벌 핵심광물 플랫폼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52년간 축적한 제련 기술이 향하는 가장 상징적인 무대는 미국이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에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다. 2029년 시운전을 목표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한 비철금속 13종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이달 7일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사례로 직접 거론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31일 창립 52주년 기념사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단순한 제련소 건설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방국의 산업 및 경제안보를 뒷받침하는 출발점”이라며 “온산에서 뛰는 우리의 심장이 미국 테네시에서도 뛰는 그날까지 우리의 마음 역시 이 뜨거운 도가니 속에서 더욱 단련되고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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