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빌리티 공룡인 미국 우버가 ‘배달의민족(배민)’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배달 앱 시장의 판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미 미국 법인을 지배회사로 둔 쿠팡이츠에 이어 국내 1위 플랫폼인 배민의 모회사마저 미국계 자본의 품에 안기게 된 탓이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합산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독과점 폐해를 막고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려던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역시 차원이 전혀 다른 고난도 방정식을 맞닥뜨리게 됐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지키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세우겠다는 정부의 규제 명분은 정당하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인 우버의 등장으로 배달 플랫폼 규제는 단지 국내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민생·산업 정책’의 영역에만 머물 수 없게 됐다. 자칫 미국의 빅테크 산업을 겨냥한 규제로 비칠 경우, 한미 간 첨예한 통상 갈등으로 비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양국이 채택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시 미 기업에 대한 차별이나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역시 한국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대해 객관적인 규제영향평가와 신중한 의견 수렴을 거듭 강조해 왔다. 우버는 미국 승차공유 및 배달 시장에서 약 7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 선두 지위를 굳힌 기업이다. 2025년 기준 합산 총거래액이 1943억달러(276조원)이 넘는다. 쿠팡 전체 거래액 50조원 안팎(2025년 기준)의 5배가 넘는다. DH 인수가 완료되면 우버는 한국을 비롯해 중동과 중남미, 유럽·아프리카 등에서 배달 앱 사업을 비약적으로 키우게 된다. 거래액도 크게 늘 전망이다. 미 관료와 통상당국의 시선이 한국 배달 시장을 향해 한층 더 매서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급하거나 촘촘하지 못한 핀포인트 규제는 자칫 미국 정부와 투자자로부터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디지털 서비스 규제’라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지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주저할 순 없다. 외국계 기업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영업 활동을 영위하는 이상 국내 법률과 공정한 거래 질서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주권적 행사다. 핵심은 ‘비차별성’과 ‘객관적 기준’이다. 동종 사업자 간 역차별이 없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법 집행이라면, 통상 마찰의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우리 정부에 필요한 것은 ‘강력한 규제냐, 시장의 자율이냐’라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다. 소상공인의 실질적 부담 경감이라는 정책 목적, 배달 앱 시장의 실제 비용 구조, 그리고 우버 인수 이후 새로 재편될 한미 통상 환경이라는 세 가지 톱니바퀴를 정교하게 맞아떨어지게 설계하는 고도의 정책적 기술이다.
규제 기준이 시장의 원리를 왜곡하지 않는지, 특정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지, 다각적인 검토와 함께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철저한 절차는 대외 통상 마찰을 방어하는 가장 든든한 대비책이자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조건이 된다. 시장의 판이 달라진 만큼 정부의 시야도 대외 통상 관점까지 넓어져야 한다. 통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정교함이야말로 국익과 민생을 모두 지켜내는 길이다.
박세환 에디터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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