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폭등에 속 터지고, 주식 시장 널뛰기에 뒷목 잡는 나날이다. 시민을 만나보면 열에 아홉은 “이게 다 정치 때문”이라고 혀를 차신다. 국회와 정부에서 다년간 밥을 먹었던 사람으로서, 이럴 때면 꿀 먹은 벙어리가 돼 고개를 떨구게 된다. 말은 못했지만 속 터지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얼마 전 인공지능(AI)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의 대한민국 국회가 언제까지 존속할 것 같은지. 녀석은 예상보다 과감한 대답을 내놓았다. “빠르면 제23대, 늦어도 제24대 국회부터 지금과 같은 입법기관의 모습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를 듣고 나니 설득력이 있었다.
먼저 ‘입법 생산성’에서 인간과 AI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법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의원과 보좌진 그리고 전문가들이 수많은 자료를 검토한다. 그런데 AI는 수천개 현행 법률과 시행령, 판례, 해외 입법례를 동시에 분석하고 법률 간 충돌과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앞으로 성능이 더 고도화하면 법안을 쓰는 능력에서 인간이 AI와 경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변화는 입법 과정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은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해 법률로 만드는 국민의 대표자였다. 그러나 국민이 스마트폰으로 의견을 실시간 제출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입법 필요성을 검토하고 법안을 설계하며, 최적의 대안까지 제시한다면 ‘왜 반드시 300명의 대표자를 거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가치의 선택과 책임은 인간 정치의 몫이지만, 국민의 요구를 입법으로 전환하는 기능의 상당 부분을 AI가 맡는다면 지금과 같은 국회의원의 역할과 규모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AI가 국회의원 300명을 몰아내고 본회의장에 앉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치에는 이해관계의 조정과 공공을 위한 판단,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입법의 상당 부분을 AI가 수행하는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규모와 기능의 국회가 필요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개인적으로 AI 국회가 온다면 가장 먼저 맡기고 싶은 과제가 하나 있다. 정부에서 규제 하나 풀려고 부처 간 칸막이와 싸우다 보면 2~3년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때가 오면 이렇게 명령하고 싶다. “수명 끝난 낡은 규제 법령 모조리 찾아내시오. 왜 폐기해야 하는지 밝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최적의 폐기 시나리오까지 당장 제출하시오!”
AI는 학연, 지연, 부처 이기주의, 이익단체의 로비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동안 기득권의 성벽에 가로막혀 대한민국 혁신의 발목을 잡던 낡은 규제들이 AI의 칼날 아래 시원하게 날아가는 풍경!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국회의원은 무엇을 해야 할까? AI가 제시한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결정하고 그 선택과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AI의 예측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가 국회를 대체하기 전에 AI를 사용하는 국민이 지금의 국회를 먼저 바꾸려 할 것이다. AI가 차려놓을 새로운 정치의 식탁. 지금보다 조금은 덜 속 터지는 정치가 그 위에 올라올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그날이 멀지 않았다.
이영 제4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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