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달 남극에는 해가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구덩이가 있다.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무렵의 유기물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리다. 사람이 달에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구덩이가 지구에서 묻어간 미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현재까지는 달 표면이 워낙 혹독해 미생물이 알아서 죽는다고 생각해 달로 가는 우주선에 발사 전 살균 기준이 없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제34호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프라발 색세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달 착륙 후보지에 미생물 생존 가능
앞서 2019년 연구는 아폴로 시절 우주비행사들이 적도 부근에 남긴 미생물이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지었다. 공기가 없어 자외선이 그대로 내리쬐고 낮에는 지표가 달아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달 탐사의 오염 관리 기준도 이 연구를 근거로 정해왔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는 지형이 계산되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관련 데이터를 반영해 다시 계산해 봤다.
달 남극에는 해가 지평선 가까이 낮게 뜬다. 적도에서는 해가 머리 위로 떠 그늘이 크지 않지만 극지방의 경우 해가 비스듬하게 떠 그늘이 길게 생긴다. 따라서 어떤 지역에는 언덕이나 크레이터 벽면이 만드는 그늘 탓에 햇빛이 바닥에 한 번도 닿지 않아 물 얼음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달정찰궤도선(LRO)이 측정한 지표 온도와 레이저 고도계로 만든 지형도를 겹쳐 남극 어느 지점에 자외선이 얼마나 쌓이는지 계산했다. 아르테미스 3호 착륙 후보지에 대해서는 햇빛이 지형에 부딪혀 어디에 그늘이 지는지 하나씩 따져보는 방식으로 가로세로 5m 단위까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반복해 검출되거나 NASA 청정실에서 배양된 적이 있어 달까지 실려 갈 가능성이 높은 미생물을 골라 달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이 고른 미생물은 세균 세 종류와 곰팡이 두 종류다.
확인한 미생물 다섯 종이 자랄 수 있는 온도 상한은 섭씨 41~58도로 달 남극의 한여름 지표 온도는 거의 전 지역에서 그보다 낮았다. 온도만 본다면 달 남극에서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생물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자외선으로 연구팀은 미생물 100만 마리 중 한 마리만 남는 양을 치사량으로 잡고 실험했다.
가장 오래 버틴 것은 우주정거장에서 흔히 나오는 검은곰팡이(아스페르길루스 니게르)였다. 검은곰팡이는 손상된 유전자를 스스로 고치는 능력이 뛰어나 이 곰팡이를 죽이는 데 필요한 자외선량은 세균들보다 매우 높았다.
아르테미스 3호 착륙 후보지의 최대 30%(겨울 기준)에서 검은곰팡이는 하루 이상 버틸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나머지 미생물인 데이노코쿠스(방사선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세균)는 검은곰팡이의 5분의 1에서 9분의 1, 황색포도상구균과 고초균은 11분의 1에서 30분의 1 수준이었다.
해가 닿지 않는 구덩이 속에서는 다섯 종 모두 일주일 넘게 살아남았다.
답을 찾으러 가면서 답을 지운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달에서 자란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라려면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하는데 달에는 대기가 없어 지표에 물이 고이지 못해 확인된 것은 미생물이 대사를 멈춘 채 버티는 상태다.
다만 연구팀은 미생물이 버티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봤다. 해가 닿지 않는 구덩이는 태양계 초기의 유기물이 모여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생명의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보러 가는 자리인데 지구에서 간 미생물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나중에 유기물을 찾아내도 원래 있던 것인지 사람이 오염시킨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아르테미스 3호는 2027년 발사가 예정된 유인 달 탐사 미션으로 사람이 달 남극에 처음 내리는 것으로 계획됐다. 착륙 후보지들은 이후 기지 건설 후보로도 거론된다.
탐사선 에어록에서 공기를 빼낼 때나 우주복에서 유기물이 새어 나올 때 등 미생물이 달에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달 탐사를 위해 달에 내리는 우주인의 발자국이나 로버(달 탐사용 차량) 바퀴 자국, 삽으로 판 구덩이 등도 미생물의 서식처가 될 수도 있다.
이에 연구팀은 지금의 오염 관리 규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연구팀은 미생물이 자외선에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는 경우는 계산이 복잡해 넣지 않았는데 이를 넣으면 생존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연구의 한계를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adv.aec0811
논문 정보 : Prabal Saxena et al. ,Potential survivable niches for microbial life on the lunar south pole.Sci. Adv.12,eaec0811(2026).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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