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수해 현장에서 대전 의용소방대원들이 폭우에 떠밀려온 잔해물을 치우고 있다. [대전시 제공]
경남 거제시 수해 현장에서 대전 의용소방대원들이 폭우에 떠밀려온 잔해물을 치우고 있다. [대전시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게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

나뭇가지와 폐목재부터 스티로폼, 부표 등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닷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깨끗했던 바다가 단 하루 만에 더럽혀졌다.

단시간에 버려졌다고 생각하기 힘든 양의 쓰레기들. 마치 누군가 한 번에 수십 톤의 쓰레기를 내다 버린 것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이는 사람이 벌인 짓이 아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폭우’.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리며, 육지의 쓰레기가 바다까지 흘러 내려온 것.

해양보호구역인 전남 신안군 임자면 해안에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다.[연합]
해양보호구역인 전남 신안군 임자면 해안에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다.[연합]

최근 거제·통영 등 남해안에 기록적인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며, 침수 피해는 물론 바닷가를 뒤덮는 ‘쓰레기’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쓰레기는 한 번에 대량으로 쏟아지는 데다, 복잡한 해안 구조 전반으로 퍼지기 때문에 완벽히 회수하기도 어렵다. 바다에 남은 쓰레기는 해양생태계를 훼손하고 선박 운항과 어업까지 방해하는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4일 경남 거제시 장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군인이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연합]
24일 경남 거제시 장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군인이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연합]

문제는 기후변화 탓에 ‘쓰레기 폭탄’을 유발하는 극한강수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부작용이 다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거제에 내린 비는 927㎜에 달했다. 거제지역에 평년 여름철 석 달 동안 내리는 비가 935.1㎜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 계절치 비가 사흘 사이 쏟아진 셈이다.

이렇게 한꺼번에 불어난 물은 산과 도로, 주택가와 농경지 등에 있던 초목류와 생활쓰레기를 하천으로 끌고 간다. 하천을 따라 이동한 쓰레기는 결국 하구를 거쳐 바다로 빠져나간다.

수거된 해양쓰레기[국립공원공단 제공]
수거된 해양쓰레기[국립공원공단 제공]

주변 해안가, 심지어 바다 위에까지 육상에서 내려온 쓰레기들이 발견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 육지의 ‘수해 쓰레기’가 순식간에 ‘해양쓰레기’로 바뀌는 셈이다.

통영과 거제 해안 곳곳에는 집중호우 이후 초목류와 생활쓰레기, 폐목재 등 각종 쓰레기가 대량으로 밀려왔다. 두 지자체는 해안과 섬 지역을 중심으로 수거·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바다 위에서도 수거 작업이 진행됐다.

예컨대 통영해경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해상 부유물 약 23톤을 수거했다. 거제 앞바다에서도 하루 만에 2톤가량의 쓰레기가 건져졌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한 승용차가 지난 15일부터 내린 집중 호우로 파손돼 있다.[연합]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한 승용차가 지난 15일부터 내린 집중 호우로 파손돼 있다.[연합]

이같은 상황을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경남도에서만 해도 최근 몇 년간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

당장 지난 2024년 9월 20~21일 경남 지역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린 뒤에도 연안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당시 경남도가 집계한 해양쓰레기는 약 660t에 달했다. 대부분 하천을 따라 유입된 초목류와 플라스틱 등 생활쓰레기였다.

지난해 7월 중순 경남 전역에는 극한호우가 내리면서 남강·섬진강·낙동강 등을 따라 대규모 육상쓰레기가 남해안으로 흘러들었다. 초기 집계만 해도 경남 남해안 6개 시·군에서 4000톤을 넘어섰다.

육군 제39보병사단(39사단) 기동·공병대대 장병들이 19일 경남 거제시 장평동 장평초등학교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
육군 제39보병사단(39사단) 기동·공병대대 장병들이 19일 경남 거제시 장평동 장평초등학교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

흔히 ‘해양쓰레기’라고 하면 어선 등 바다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상당량은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 연구’에 따르면 국내 해양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약 14만5000톤 수준. 그중에서 육상 기인 쓰레기는 65%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7월 한국환경연구원은 국제학술지 ‘오션 앤 코스털 매니지먼트’를 통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5년 동안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 국내 5대강 유역에서 육상기인 해양쓰레기의 유입량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남 거제시 수해 현장에서 대전 의용소방대원들이 폭우에 떠밀려온 잔해물을 치우고 있다. [대전시 제공]
경남 거제시 수해 현장에서 대전 의용소방대원들이 폭우에 떠밀려온 잔해물을 치우고 있다. [대전시 제공]

여기에 따르면 연간 하천을 통한 해양쓰레기 유입량의 70% 이상이 여름철 홍수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난성 홍수가 발생한 해에는 유입량이 장기 평균보다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강수 강도와 유역 규모를 해양쓰레기 유입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분석했다. 한 해에 내리는 비의 양뿐 아니라 ‘얼마나 짧은 시간에 강하게 쏟아지느냐’가 바다로 떠밀려가는 쓰레기의 양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올해 거제 등 남해안 지역에 쏟아진 ‘폭우’가 그 예시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극한강수의 위험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오르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어난다. 여기에 대기 불안정이나 강한 수증기 유입이 겹치면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를 쏟아붓는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도로와 주요 교차로 전체가 흙탕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연합]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도로와 주요 교차로 전체가 흙탕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연합]

실제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4년까지 113년간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 연간 비가 내린 날은 10년마다 0.68일씩 줄어든 반면 연 강수량은 10년마다 17.83㎜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 내리는 날은 줄었는데, 전체 비의 양은 오히려 많아진 것.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공개한 고해상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수준으로 제한하더라도 국내 1일 최다강수량은 현재보다 6.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온난화 수준이 5도까지 높아질 경우에는 증가폭이 30.2%에 달한다.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극한호우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것.

극한호우에 따른 산사태 피해를 본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산사태 피해 잔해가 쌓여 있다. [연합]
극한호우에 따른 산사태 피해를 본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산사태 피해 잔해가 쌓여 있다. [연합]

극한호우가 빈번해질수록 육상쓰레기가 한꺼번에 바다로 흘러들 위험 역시 커질 수 있다. 물론, 밀려들어온 쓰레기를 모두 처리한다면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회수 작업 또한 쉽지 않다. 특히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남해안에서는 해안에 쓰레기가 쌓이더라도 차량이나 중장비가 곧바로 접근하기 어렵다. 통영시에만 부속 도서가 500여개에 달한다.

쓰레기를 한 번 치운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바다로 들어간 부유쓰레기는 바람과 해류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집중호우가 끝난 뒤에도 며칠 동안 다른 해안으로 계속 밀려들 수 있다.

경남 거제시 옥포동 차도에서 포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경남 거제시 옥포동 차도에서 포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아울러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는 단순히 보기 싫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해양생물이 비닐이나 폐어구에 걸리거나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삼킬 수 있고,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남는다. 선박 운항과 어업을 방해하고 해안 관광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재난이 2차·3차 피해를 유발하며,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셈. 탄소배출량 감축 등 국가적 대응과 함께 향후 실제 발생할 기후재난에 대한 복합적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월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의 변경계획을 수립하고, 하천·하구 등에 육상 발생 폐기물의 해양 유입을 막기 위한 차단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집중호우 전후 폐기물 집중 수거와 재해폐기물 신속 복구, 무인도·방파제 등 수거 사각지대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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