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지인살인 사건’ 대법원서 결론
1심 징역 30년…항소심은 무기징역 선고
항소심 재판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
대법원 “무기징역 등 선고 부당하지 않다”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중학교 시절부터 약 20년간 알고 지낸 친구를 서울 마포구 한복판에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대흥동 지인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앞선 1심은 가해자가 장기간 정신질환을 앓아왔다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30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살해 의사가 확고했고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으로 형을 높였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12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 등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8월 6일 밤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온 A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씨는 범행 당일 A씨와 술을 마시던 중 “나한테 거짓말하는 것 없냐. 나를 해치려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거듭 추궁했다. 이어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위협했고, A씨가 달아나자 약 180m를 뒤쫓아가 살해했다. A씨는 결국 다발성 자상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17년부터 미분화 조현병 등의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와 약물 처방을 받아왔는데, 지난해 5월 가게를 운영하면서 약을 먹으면 졸리고 멍해진다는 이유로 스스로 치료와 약 복용을 중단했다. 이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는 식의 망상이 심해졌다.
범행 당일에는 이씨의 망상과 공격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다른 지인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나를 음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자신의 가게에 있던 흉기를 차량에 넣어둔 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과 경찰서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씨는 A씨에 대한 범행에 사용할 흉기도 따로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오전 5시께 A씨에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온라인에서 흉기를 주문했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이를 배송받은 이씨는 흉기를 소지한 채 A씨를 만나러 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9일 살인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1심은 올해 2월 이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인 점, 10년 넘게 조현병 등으로 환청과 망상을 겪어온 점 등을 참작했다. 1심 재판부는“피고인은 피해자를 만난 뒤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면서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공격하였는바, 피해자와 대화하며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보려는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가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 맞다면 죽이겠다는 의사까지는 있지만 처음부터 확정적으로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의도로 피해자를 불러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됐다. 2심에서는 이씨의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높아졌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A씨를 만나자마자 살해하지는 않았더라도 흉기를 준비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고, 도망갔는데도 추격해 공격한 점에 주목했다. 또한 A씨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이씨가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점에 대해 “피고인의 살해 의사는 우발적이거나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확고한 것으로 보이고, 범행의 내용, 수법의 잔혹성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2심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도 형을 낮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씨가 치료를 중단하면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자의로 정신과 치료를 중단했고, 여전히 망상과 환청을 겪는 데다 치료 의지도 부족해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으로써 형벌의 응보적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씨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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