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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걷는 속도와 다를 바 없을 만큼 느리게, 단 10분만 뛰어도 뇌 활동이 즉시 달라지고 기분과 사고력까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일본 쓰쿠바대 소야 히데아키 명예교수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하루는 러닝머신 위에 10분간 가만히 앉아 있게 하고, 다른 날에는 최대한 천천히, 약 1.6km에 17~21분이 걸리는 속도로 10분간 뛰게 했다. 이는 사실상 ‘걷는 속도로 뛰는 수준’이다.

핵심은 앉아 있을 때와 천천히 뛰었을 때 뇌 활동과 기분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두피에 뇌 활동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린 캡을 쓴 채 실험 전후로 인지 능력 테스트와 기본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만히 앉아 있었을 때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느리게 달린 뒤에는 거의 모든 참가자의 인지 능력이 향상됐고 기분도 한층 밝아졌다고 답했다. 고차원적 사고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활동성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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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굳이 ‘느린 달리기’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걷기와 달리기는 속도가 아니라 신체 역학으로 구분된다. 걸을 때는 항상 한쪽 발이 땅에 붙어 있지만, 달릴 때는 보폭이 짧더라도 두 발이 동시에 공중에 뜨는 순간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때 머리도 걸음마다 위아래로 미세하게 튀어 오르는데, 이 ‘머리 가속도’는 걷기나 자전거 타기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달리기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참가자의 정수리에 부착한 센서로 측정한 결과, 아무리 느리게 뛰어도 이 머리 가속도는 뚜렷하게 관찰됐다. 머리가 위아래로 많이 움직인 사람일수록 기분 개선 효과도 더 컸다. 인지 능력과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기분과의 상관관계는 분명했다.

소야 교수는 “머리 가속도는 단순히 머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리드미컬한 상하 진동을 뜻한다”이라며 “이것이 다른 운동으로는 얻기 힘든 방식으로 근육과 뇌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실험을 인용하며 이런 머리 가속도가 기분 개선과 관련된 뇌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 메커니즘은 아직 가설 단계이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연구는 소규모 단기 실험이었고, 참가자도 일본의 건강한 성인으로 한정됐다는 한계가 있다. 소야 교수 역시 “이번 결과는 하나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소야 교수는 “중요한 발표나 힘든 업무를 앞두고, 혹은 기분이 가라앉을 때 10분간 천천히 뛰어보라”며 “효과는 운동 직후 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헬스장까지 갈 필요도, 러닝화를 살 필요도 없다. 그저 동네를 느긋하게 한 바퀴 돌거나 점심을 먹은 후 근처 산책로를 하루 10분 천천히 달리기면 충분하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