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유해발굴기관에 정상회담 합의시 조치사항 문의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직전과 비슷…北과 협력 준비됐다”

北 보유 미군 유해 인도·20년 만의 공동 발굴 재개 제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판문점 회동 때 김 위원장과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SN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판문점 회동 때 김 위원장과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SNS]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연내 회동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북미정상회담에 대비한 행정부 차원의 준비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만남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켈리 맥케이그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국장은 워싱턴DC 민간단체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진행한 화상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합의를 도출할 경우 DPAA가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백악관의 질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DPAA는 미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미군 유해 수색과 발굴, 신원 확인, 유해 봉환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맥케이그 국장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뒀을 때 상황과 다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합의에 도달할 경우 현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북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부 기관에 정상 간 합의 이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까지 문의했다는 점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준비라는 해석이 나온다.

DPAA는 백악관에 북한과 미군 유해 수습을 위한 협력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맥케이그 국장은 “첫째 북한이 보유한 유해를 미국에 인도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며, 둘째 2005년 마지막으로 진행된 합동 현장 수색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북미 공동 유해 발굴의 구체적인 방식도 제안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2개 발굴팀을 북한 운산과 장진에 각각 투입해 연간 4차례, 한 차례에 45일씩 활동하는 방안이다.

그는 “북한도 이 방식에 익숙하고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백악관에 제안했다. 우리는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북한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에서 총 37차례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수습된 유해 가운데 미군 153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맥케이그 국장은 백악관으로부터 질의를 받은 정확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잇달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질의 역시 최근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연내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반발해온 한미연합훈련도 대거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특히 백악관이 북한과 관련된 행정부 기관을 상대로 정상 간 합의가 이뤄졌을 경우 실행 가능한 조치까지 점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네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8년 6월 싱가포르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9년 6월에는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기도 했다.

맥케이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다고 밝힌 만큼 우리는 희망을 품고 있다”며 “그는 2018년과 마찬가지로 북한 지도자와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 유해 발굴이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하는 외교적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임무를 무엇보다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생각하고 싶다”며 “과거의 적국이나 지정학적 긴장이 있는 국가와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외교적 수단이자 대화와 소통, 인도주의적 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공동 유해 발굴 재개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됐지만 이후 협상이 교착되면서 중단됐다. DPAA는 현재 북한에 약 5300명의 미군 유해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