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 선점 경쟁

헥토, 글로벌 외환·정산 허브 초점

카카오·토스, 서클과 협력 가능성

NHN KCP, 디지털자산 진출 채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엑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 DB]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엑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 DB]

“일론 머스크가 만드려 하는 것이 ‘페이먼트’입니다. 우리나라도 (관련 기업이) 몇 개 있는데 그 가치를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 최근 ‘디지털엑스’ 임직원 상견례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이 금융 소비자의 송금과 결제를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기존 페이먼트 사업자가 보유한 사용자와 결제망의 가치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머스크가 이끄는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는 지난해 1월 비자와 손잡고 금융·결제 서비스 ‘엑스 머니(X Money)’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 7월부터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X 머니는 이용자 간 송금과 청구서 결제, 비자 직불카드 등을 지원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송금 서비스인 벤모(Venmo)나 젤(Zelle)과 유사한 방식이다.

박 GSO가 함께 주목한 것은 향후 글로벌 빅테크가 결제시장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다. 그는 “빅테크가 블록체인 결제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며 “스위프트를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파이낸스를 넘어갈 리가 없다”고 내다봤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 결제·송금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이 있더라도 빅테크의 진입이 본격화하면 경쟁 구도가 다시 짜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제부터 외환·정산까지…헥토, 크로스보더 금융허브 겨냥=이처럼 박 GSO가 페이먼트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국내 결제사들도 기존 결제망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헥토파이낸셜은 디지털 월렛과 국가별 결제수단 연계,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크립토·스테이블코인을 향후 글로벌 결제 시장의 주요 흐름으로 제시했다.

국가마다 주력 결제수단이 다른 만큼 국내에서 익숙한 신용카드 중심 결제 방식을 그대로 해외에 적용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월드페이가 연초 발간한 ‘글로벌 결제 보고서 2026’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온라인 결제액 가운데 디지털월렛과 계좌 간 이체(A2A) 비중은 각각 42%, 34%로 신용카드(5%)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에서도 구글페이·애플페이 등을 포함한 디지털월렛 비중이 40%로 가장 높았고 BNPL도 6%를 차지했다.

헥토파이낸셜은 월드페이와의 협업을 통해 154개 이상의 결제통화와 250개 이상의 글로벌 간편결제 수단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월드페이 측은 자사가 비자·마스터카드의 전 세계 프로세싱 약 11%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헥토파이낸셜은 이를 토대로 해외 법인을 직접 세우거나 국가별 결제사와 일일이 계약하지 않고도 현지 결제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헥토파이낸셜이 특히 힘을 싣는 분야는 결제 이후의 외환·정산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고객사별 가상계좌로 식별해 기존 국제송금망에서 하루에서 이틀가량 걸릴 수 있는 수취 시간을 최대 약 2시간까지 줄이고, 받은 외화를 곧바로 원화로 바꾸지 않은 채 통화별로 보유했다가 다시 해외 지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환전 방식도 실시간 환율과 고정환율로 나눈다. 환율 변동성이 클 때는 일정 환율을 적용해 정산금액을 미리 확정할 수 있도록 하고, 환율 조회부터 수취정보 입력, 송금 요청까지 포털에서 5분 안에 마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거래처별 전용계좌와 입출금 목적을 기록하는 ‘스마트 메모’, 다단계 승인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크립토 역시 글로벌 결제 전략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과 파트너십을 맺은 헥토파이낸셜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가 있는 계열사 헥토월렛원의 오하이월렛을 활용한 글로벌 송금·정산 구조를 준비하는 한편 제도 정비에 맞춰 사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최종원 헥토파이낸셜 대표는 “자사는 연간 50조원이 넘는 가상계좌 거래를 처리하며 구글, 틱톡, 메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아고다 등 글로벌 기업이 헥토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서클 페이먼츠 네트워크(CPN)의 유일한 결제 파트너사로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토스·NHN KCP, 차세대 페이먼트 선점 잰걸음=카카오 또한 최근 서클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카카오페이 측은 국내에서 확보한 이용자 기반과 광범위한 온·오프라인 결제망을 바탕으로 향후 스테이블코인 유통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도 7월 서클과 MOU를 체결하고 가맹점 결제와 해외결제, 크로스보더 송금 등 여러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토스는 3000만명의 사용자 기반과 44만곳 이상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보유한 토스플레이스, PG사 토스페이먼츠, 토스뱅크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어 결제와 송금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서클의 CPN과 토스의 온·오프라인 결제 채널 연계 가능성 역시 협약 당시 함께 논의된 검토 영역 중 하나”라며 “향후 협력 범위 안에서 함께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스는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 월렛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와 토스 모두 현재 계열사 가운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VASP는 없는 만큼 향후 관련 사업 확대 과정에서 라이선스 확보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NHN KCP는 한발 더 나아가 VASP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심사를 준비 중이며 이후 FIU에 VASP 신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발란체 기반의 결제 특화 메인넷을 개발한 NHN KCP는 지난달 스테이블코인 데모 데이를 개최해 페이코 앱에서 디지털자산을 통해 결제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현장에서 이용자가 앱을 통해 결제 수단을 고르면 차감 수량과 예상 환율 등이 표시 되고 2~3초 안에 결제가 완료됐다.

또 가맹점용 관리자 화면에서는 실제 결제금액과 결제에 사용된 디지털자산, 거래 진행 상태와 수수료, 정산 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되 소비자와 가맹점이 기존 결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NHN KCP 관계자는 “사용자 친화적인 UX가 강점”이라며 “블록체인을 이용해보지 않은 사용자도 원화를 포인트로 전환하는 정도의 경험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NHN KCP는 최근 라인 넥스트와 협력해 디지털자산 지갑 ‘유니파이’를 자사 결제창에 연동, 해외 이용자가 국내 카드나 계좌 등록 없이 자사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유니파이는 이미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를 활용한 국내 상품권 구매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NHN KCP 관계자는 “원화뿐 아니라 달러·엔화 등 다통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도 염두에 두고 글로벌 결제시장까지 사업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