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머니페스타 디지털자산 분야 강연
판돈 거는 사람 빠지고 설계자 금융사 입장
기업·개인·탈중앙화 플랫폼이 성장축 전망
갤럭시 기반 삼성월렛 스테이블코인 탑재 주목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올해 크립토 윈터는 한마디로 ‘가격의 겨울, 산업의 봄’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비트코인 가격이 관련 산업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결제와 정산, 토큰화 같은 산업의 성장이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하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오태민 오태버스 대표 겸 한양대 비트코인 화폐철학과 겸임교수는 다음 달 2일부터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헤럴드머니페스타2026’ 강연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크립토윈터를 이같이 평가했다. 과거 침체기가 대형 사고와 신뢰 붕괴로 시장 참여자들이 이탈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과열됐던 기대가 식는 사이 금융회사가 새롭게 시장에 들어오며 참여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이를 건강한 ‘겨울’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1~7월 53억달러가 순유출됐고 두나무와 빗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79.7%, 83.4% 줄어 가격은 분명히 춥다”면서도 “이번 겨울의 본질은 침체가 아닌 교체로, 판돈을 걸던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판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시장 내 기관 진입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법(GENIUS Act) 시행을 앞두고 관련 규칙을 마련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3000억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토큰화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 주식 연계 무기한선물(Perp) 등 기관을 겨냥한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원화 거래소를 둘러싼 전통 금융사의 투자와 협업이 이어지면서 기존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업계의 경계가 낮아지고 있다.
오 교수는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업 간 거래(B2B)와 개인 대상(B2C), 탈중앙화 온체인 금융플랫폼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테일 시장에서는 스마트폰을 가장 유력한 플랫폼으로 꼽았다. 디지털월렛을 탑재하기 쉬운 데다 개인키를 보관할 하드웨어와 생체인증, 결제 가맹점망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삼성월렛이 전세계 61개국, 8억대가 넘는 갤럭시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담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 자리 잡을 경우 해외여행과 유학생 학비 송금, 이주노동자의 본국 송금, 해외 직구와 구독 결제, 크리에이터·프리랜서의 해외 정산, 콘텐츠·게임의 마이크로페이먼트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 교수는 “소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쓰겠다’고 결심하지 않는다”며 “더 싸거나 더 빠르기 때문에 쓰게 된다”고 했다.
한국의 경쟁력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는 유통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디지털월렛 안에서 이뤄지는 자동 환전 기능에 주목했다. 오 교수는 “이용자가 통화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원화의 패배를 뜻하진 않는다”며 “그 전환이 어느 지갑, 어느 유동성 풀, 어느 규칙 위에서 일어나는지가 실질적인 통화 주권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유니스왑과 폴리마켓, 하이퍼리퀴드 등 탈중앙화 온체인 금융플랫폼도 별도의 경제권으로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상장 심사 없이 토큰을 사고팔고, 현실의 사건에 가격을 매기거나 주식과 원자재를 기초로 한 무기한선물을 24시간 거래하는 시장이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 영역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탈중앙 대출 프로토콜 모포(Morpho)의 예치 규모가 72억달러에 이르고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도 자사 스테이블코인을 모포에 올리는 등 전통 금융사의 온체인 인프라 편입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오 교수는 “국경에 매인 전통금융이 주춤하거나 관망하고 있는 사이 엄청난 속도로 커지는 국제사금융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제도 정비가 아직 진행 중이다. 오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무조건 차단하기보다 국내 기관의 역외 헤지 경로를 양성화하고 원화 기반의 24시간 파생상품 시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역외에서 형성된 가격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독 지표로 활용하는 한편 규제 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온체인 금융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과거의 크립토 윈터에는 시장이 쉬었지만 이번 겨울에는 자리 배치가 끝난다”며 “규제 대상은 바깥에 있는데 처벌 대상은 안에 있는 구조, 새로운 시장이 들어올 때마다 설계는 남이 하고 우리는 금지 여부만 판단하는 구조가 한국 금융의 가장 큰 위기”라고 말했다.
kyo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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