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때 3마리 만원에도 팔았는데...”
한때 대표적인 ‘서민 술안주’로 통했던 오징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금징어’로 돌변하며, 선뜻 주문하기 힘든 몸값이 됐다.
특히 살아 있는 오징어를 즉석에서 썰어주는 ‘오징어회’ 가격 변동은 무서운 수준.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3마리 만원에 팔았던 사례도 있었던 오징어회. 이제 한 마리에 4~5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횟감’이 됐다.
지난해 일시적으로 반등한 어획량도 이같은 판도를 뒤집기에는 충분치 못했다.
심지어 10~20년 후에는 오징어회를 구경조차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2040년대부터 오징어가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것.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생태계 변화. 바닷물이 뜨거워지며 오징어가 살기 힘들어지는 데 더해, 오징어를 잡아먹는 ‘포식자’까지 몰려들고 있다.
13일 기후·환경학계에 따르면 부경대학교·국립수산과학원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1993년부터 2025년간 33년의 환경 변화를 토대로 동해 살오징어 어업의 붕괴 위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040년대에는 동해 지역 살오징어 어업이 사실상 붕괴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043년 어획량이 0에 도달할 것이라는 모델 전망이 나왔다. 불과 17년 후다.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한다고 해도 낙관적인 전망은 나오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는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2048년께 어획량이 0에 도달하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미 추세는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 지역에서 잡히는 살오징어 어획량은 2020년대 들어 1990년대 평균보다 약 8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오징어 100마리가 잡혔다면, 이제는 15마리만 잡히는 수준. 어획 규모는 약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변화는 이미 어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과거 동해안에서는 오징어가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이자 주요 소득원으로 통했다. 그러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상황이 달라졌고, 소비자들에게도 값비싼 수산물의 대명사가 됐다.
흔히 오징어가 줄어든 이유로는 남획과 기후변화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오징어가 살아가는 바다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징어가 줄어드는 원인은 단순히 수온이 높아졌다는 하나의 문제로 설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장기적인 온난화와 해양폭염, 포식자 유입이라는 세 가지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바닷물의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며 오징어가 살기 적합한 공간이 달라지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오징어라고 부르는 살오징어는 수온 변화에 민감한 어종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주요 서식 수온 범위는 13~23도 수준이다.
그런데 동해 수온은 점차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오징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기존 어장에서는 잡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차가운 러시아 인근 해역으로 적합한 서식지가 이동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아울러 최근 바다에서는 평소보다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해양폭염’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해양폭염은 특정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상태로 일정 기간 이어지는 현상. 바닷속 생물들 또한 갑작스러운 고수온에 영향을 받는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양폭염이 발생했을 당시 동해 주요 해역의 9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24.4℃까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살오징어의 적정 수온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다 오징어를 위협하는 존재가 하나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함께 어획량이 부쩍 늘고 있는 ‘방어’다.
방어는 최근 들어 겨울철 대표 횟감으로 부상한 인기 어종이다. 하지만 오징어에게는 반갑지 않은 존재다. 다른 물고기나 오징어 등을 잡아먹을 수 있는 포식성 어류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어는 오징어보다 따뜻한 수온을 선호한다. 20~30도의 높은 수온에 적합한 어종으로, 수온 상승에 따라 동해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 오징어에게는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바다가, 방어에게는 오히려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실제 연구진은 오징어와 방어의 어획량 사이에서 강한 역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방어 어획량이 증가하는 동안 오징어 어획량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두 어종의 어획량 변화만으로 방어의 포식이 오징어 감소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수온 상승과 함께 이뤄진 포식자의 유입이 오징어 어업의 붕괴 위험과 연결되는 생태적 경로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의아한 부분도 있다. 지난해 오징어 어획량이 늘었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 당시 오징어 어획량 증가로 인해 가격 하락 또한 기대된 바 있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의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3만1006톤으로 집계됐다. 직전 해인 2024년 생산량은 1만3568톤. 불과 1년 사이 생산량이 128.5% 늘어난 것이다. 사실상 두 배 넘는 증가세다.
오징어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일까. 어획량이 늘어난 이유를 살펴보면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오징어 생산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수온을 지목한 바 있다.
일시적으로 바닷물의 온도가 전년보다 낮아지면서 봄철에는 동해 중부, 여름철에는 서해 중·남부 해역에 오징어 어장이 원활하게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2024년은 오징어 생산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해다. 비교 대상 자체가 이례적으로 부진했던 만큼 지난해의 급격한 반등만으로 장기적인 회복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21년 국내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6만880톤에 달했다.
문제는 이처럼 달라지는 바다가 오징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발간한 ‘2026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북’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5년까지 58년간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표층 수온은 약 1.60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폭은 0.76℃. 우리나라 바다의 수온이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급변하는 해양환경은 단순히 오징어 한 종의 생존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기존 어종이 살아가던 환경이 달라지고,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새로운 포식자가 유입되면서 해양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고수온으로 인해 생물이 서식지에서 밀려나는 현상에 활발한 포식자의 유입이 겹치면 어업 붕괴가 급격하게 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동해의 사례는 선제적인 기후 적응형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 세계의 다른 주요 해양생태계 역시 이와 유사한 수산자원 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경고를 전한다”고 강조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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